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데스크] ELS 수익률조작 없애려면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문희수 증권부장 mhs@hankyung.com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이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진정되면서 이 상품에 대한 투자가 다시 늘고 있는 때 문제가 불거져 투자자 보호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LS는 만기 때 수익률이 사전에 정한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수익률 외에 10~30%의 수익을 더 주도록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다.

    기준치는 통상 위아래 30% 정도여서 증시가 안정적일 때는 인기가 높지만 수익률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질 때는 문제가 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에서 마이너스가 된 수익률만큼을 빼고 남은 금액만 돌려받게 된다. 특히 수익률이 만기 동안 한번이라도 기준치를 벗어나면 추가 수익을 주지 않도록 돼 있다. 이 상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로서는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수익률을 낮추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ELS도 운용사인 캐나다 은행이 만기일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수익률을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내달 초에나 정식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수익률을 고의로 조작한 혐의가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은행이 국내 증시에서 파생상품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ELS 수익률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해 9~10월께부터 이런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주로 해외업체들인 자산운용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증시 급락기에 수익률을 조작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마침 지난해는 주가가 폭락했던 때라 마치 장마 때 폐수를 몰래 흘려버리는 것처럼 '팔자' 주문을 내 장중에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모럴해저드는 속성상 확실한 '증거'를 찾기 어려워 가능성을 제기하는 소문 정도로 치부돼 지나갔다. 여기에는 고의성 여부를 판정하기 곤란하다는 점도 원인이다. ELS는 규정상 만기일 날 종가로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는 구조인 것이 문제다. 자산운용사가 선의로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주식을 팔았더라도 만기일 해당 종목의 종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도와 관계없이 시세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기 십상인 것이다.

    문제는 고의든 아니든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에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ELS는 지난해 20조원이 팔렸고 올 판매액도 2조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만기를 1년으로 잡을 때 아직 7조원 이상이 수익률 조작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70만명이 이 같은 피해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ELS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만기일 당일이 아니라 만기일을 포함한 3일 또는 5일간 주가 평균으로 수익률을 산출하거나, 아예 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하지 않고 현물로 결제토록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불신은 또다른 불신을 낳기 쉽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ELS 수익률 조작 여지를 없앤 투자자 보호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불신의 확산을 막아야 할 때다.

    ADVERTISEMENT

    1. 1

      "해외근무는 포상"이라는 대통령…'수영장' 딸린 집의 현실은

      "수영장 때문에 참 곤혹스럽습니다"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전 만난 한 공공기관 인사가 한 말이다. 이 기관이 해외 투자 업무를 위해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는데,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사택에 딸린 수영장이 단골 공격소재가 된다는 얘기였다. 실제 실리콘밸리에 와보니 수영장 없는 집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곳에서 수영장은 부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결과물에 가깝다. 테크업계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하나 둘 자신의 자택에 풀장을 갖기 시작하자 이것이 유행처럼 번져 풀장이 없으면 집값이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은지 수십년 돼 벌레가 나오는 허름한 집에도 수영장이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일화를 떠올리게 된건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부 업무보고를 보면서다. 이 대통령은 재외공관 관련 질문을 하면서 "대사·영사관에 나와있는 직원 중 외교부가 아닌 타 부처 직원들이 포상 비슷한 의미로 와 있는 경우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재외공관 가서 1년 정도 푹 쉬면 좋겠다. 간 김에 애들 학교라도 보내면 좋겠다'는 사람도 꽤 있죠"라고 물었다.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본 모습은 이런 평가와 달랐다. 샌프란시스코에 파견된 부처 공무원들은 현지 기술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우리 스타트업들의 현지 안착을 돕느라 분초를 다툰다. 글로벌 핵심 인재를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헤드헌터’ 역할까지 이들의 몫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오픈AI가 샌프란시스코에서 30여개국 영사를 대상으로 비공개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중국은 영사가 아닌 과학기술담당관을 보냈다.

    2. 2

      [기고] 자율주행 패권전쟁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도로 위는 지금 총성 없는 전쟁터다. 과거의 자동차시장이 엔진 성능과 디자인을 겨루는 하드웨어의 전장이었다면, 지금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결합해 이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패권 경쟁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자동차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서 있다.미국과 중국의 시계는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필자는 지난 6월 자율주행 성지라는 중국 우한에서 로봇택시를 타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바이두의 ‘아폴로 고’는 누적 탑승 1400만 회라는 압도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기술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렸다. 미국 구글의 웨이모는 매주 15만 회가 넘는 유료 무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 모델을 입증했다. 반면 한국은 훌륭한 완성차 제조 능력과 5세대(5G) 통신망을 갖췄지만, 정작 도로 위 무인 상용 서비스는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이제 와서 미국과 중국이 선점한 범용 로보택시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거는 것은 현실적으로 승산이 낮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투 트랙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과감한 국가 인프라 투자다.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미·중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판을 새로 짜야 한다.첫째, 자율주행산업 정책 기조를 자율주행자동차 제조에서 서비스 상용화 생태계 조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조 중심 접근법은 데이터 기반의 AI 고도화가 필수적인 현재 단계에선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과 운행설계영역(ODD) 확장이 시급하다.둘째, 자율주행 상용화의 최대 걸

    3. 3

      [한경에세이] 스포츠, 엄격한 수행이자 미학

      나는 태권도 검은 띠 유단자다. 그렇다고 해서 경계할 필요는 없다. 공격력은 없으니까! 내 검은 띠는 태권도의 전당인 국기원에서 수여한 명예 단증이기 때문이다.국기원 행사에서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외교를 펼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우수한 태권도 사범을 해외로 파견함으로써 각국 선수들의 경기 수행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사범 파견은 아름다운 스포츠 정신의 발로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알테아 로랭 선수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최고를 지향하는 협력은 늘 결실을 맺는다. 최고 수준과 견주어야 발전한다. 과거의 영광에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국립체육전문성과연구소(INSEP)가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과 협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유도와 양궁, 그리고 태권도 종목에서 교류하고 있다.스포츠 외교는 프랑스 대사로서의 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가능할 때마다 대회 참가 차 방한하는 프랑스 선수들을 맞이하고 응원하러 간다. 탁구 선수 르브룅 형제, 테니스 선수 로이스 부아송, 올림픽 4관왕 수영 선수 레옹 마르샹, e스포츠 선수팀 ‘팀 비탈리티’를 그렇게 만났다.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을 관저에 초청해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도 같은 마음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1988 서울 올림픽처럼 2024 파리 올림픽도 큰 성공을 거뒀다.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의 국제 대회 운영 노하우와 문화유산을 보여준 멋진 기회였다. 웅장한 유리 지붕의 그랑팔레, 에펠탑 앞 트로카데로 광장, 앵발리드 광장, 센강,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산호초 바다 등 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