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보고는 앉아서 간단히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오늘은 윗도리 벗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봅시다. 기자들도 나가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세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주제 일자리 친화적 국정운영체계 구축)는 여느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임 의장은 "일자리 관련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꺼내놓고 난상토론 속에 대안을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과부 집중 성토 당해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은 "추경을 통한 단기 일자리를 가지고 고용이 좋아진다며 안심할 때가 아니다"며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인지도 모른다"고 운을 뗐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도 "정부가 단기적인 일자리만 만들고 고용 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을 개선할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하나도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장 먼저 참석자들의 '융단 폭격'을 맞았다. 고용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를 풀려면 교육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 위원장은 "중소기업은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난리인데 대학에선 써먹지도 못할 고학력자만 끊임없이 배출한다"며 "교과부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광림 의원(제3정조위 부위원장)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데 간호사 인력은 왜 제때 배출이 안 되느냐"며 "고등교육법을 갖고 있는 교과부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몇 명으로 하시오'하면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박기성 노동연구원장도 "작년 국비유학생으로 해외에 내보낸 게 고작 40명"이라며 "교과부가 국내 대학 지원만 신경쓴다"고 가세했다.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대학선진화위원회에서 대학 정원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해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답변에 진땀을 뺐다.

◆실업률 통계도 엉터리

고용 통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일주일에 8시간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통계청에서는 고용으로 본다"며 "일반인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고용 통계로 어떻게 일자리 정책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성린 의원도 "기초 통계가 부실하니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3월부터 매달 사업체 단위의 노동 수요 조사(현행 고용 통계는 가계 조사 방식)를 새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 방식으로는 두 사람이 하루 일거리를 반반씩 나눠 하면 일자리를 1개로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