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방랑자, 현대인에게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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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의 희곡 '페르 귄트' 9일 LG아트센터서 개막
현실과 판타지 세계 넘나들며 인간의 본성 성찰
현실과 판타지 세계 넘나들며 인간의 본성 성찰
극단 '여행자'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1828~1906년)의 '페르 귄트'를 9일부터 16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인형의 집'으로 잘 알려진 입센의 '페르 귄트'는 주인공 페르 귄트가 헛된 꿈을 좇아 세계를 방랑하는 인생 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19세기 방랑자' 페르 귄트가 북유럽의 전설적인 왕국인 트롤 왕국과 이집트 등을 여행하면서 늙을 때까지 겪는 사건들을 다룬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기괴한 모험과 숨겨진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본래 5막 극시 형식으로 1876년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반주에 맞춰 초연됐다. 입센이 '인형의 집''유령'을 쓰기 이전에 발표되어 그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쏟아낸 작품으로 꼽히지만,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데다 50년의 시 · 공간을 드나드는 방대한 분량 탓에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돼왔다. 국내에선 1976년과 2000년에 공연된 바 있고,지난해 국립극장의 초청으로 노르웨이 극단이 내한공연을 한 것이 전부다.
'한여름밤의 꿈''십이야' 등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아온 극단 여행자는 이번엔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5막38장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의 장면들을 연극적으로 압축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현실과 판타지를 동시에 담아내야 하는 무대 전면엔 높이 12m의 대형 거울을 세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족과 초록여인 등 상상 속 캐릭터들도 대부분 원작의 느낌을 살렸다.
청년부터 노년까지 폭넓은 연기를 해야 하는 주인공 페르 귄트 역은 이 극단의 간판 배우 정해균이 맡았다. 정해균은 "평생 한 번 연기하는 작품이란 생각으로 연습했다"며 "페르 귄트는 인간의 모든 내면을 조금씩 다 갖고 있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양정웅씨는 '페르 귄트'와의 만남을 "운명적이고 직관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그리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페르 귄트에 대해 로망을 갖게 됐다"며 "다소 관념적이고 분량도 많은 데다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잘 다뤄지지 않은 작품인데,그런 점이 오히려 모험을 즐기는 극단 여행자와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자아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여정을 다룬 점에서 페르 귄트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비교되기도 한다.
파우스트가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영혼을 팔고 세상의 희로애락에 집착했다면,페르 귄트는 돈과 명예를 좇아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두 작품 모두 구원의 여인이 등장한다는 점도 닮았다. 파우스트의 그레트헨처럼 페르 귄트는 솔베이지의 품에서 잠든다.
양씨는 "원작의 대사가 정말 아름답다. 특히 '자기 자신'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 단어가 큰 울림을 준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번민하는 요즘,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2005-0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19세기 방랑자' 페르 귄트가 북유럽의 전설적인 왕국인 트롤 왕국과 이집트 등을 여행하면서 늙을 때까지 겪는 사건들을 다룬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기괴한 모험과 숨겨진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본래 5막 극시 형식으로 1876년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반주에 맞춰 초연됐다. 입센이 '인형의 집''유령'을 쓰기 이전에 발표되어 그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쏟아낸 작품으로 꼽히지만,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데다 50년의 시 · 공간을 드나드는 방대한 분량 탓에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돼왔다. 국내에선 1976년과 2000년에 공연된 바 있고,지난해 국립극장의 초청으로 노르웨이 극단이 내한공연을 한 것이 전부다.
'한여름밤의 꿈''십이야' 등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아온 극단 여행자는 이번엔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5막38장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의 장면들을 연극적으로 압축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현실과 판타지를 동시에 담아내야 하는 무대 전면엔 높이 12m의 대형 거울을 세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족과 초록여인 등 상상 속 캐릭터들도 대부분 원작의 느낌을 살렸다.
청년부터 노년까지 폭넓은 연기를 해야 하는 주인공 페르 귄트 역은 이 극단의 간판 배우 정해균이 맡았다. 정해균은 "평생 한 번 연기하는 작품이란 생각으로 연습했다"며 "페르 귄트는 인간의 모든 내면을 조금씩 다 갖고 있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양정웅씨는 '페르 귄트'와의 만남을 "운명적이고 직관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그리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페르 귄트에 대해 로망을 갖게 됐다"며 "다소 관념적이고 분량도 많은 데다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잘 다뤄지지 않은 작품인데,그런 점이 오히려 모험을 즐기는 극단 여행자와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자아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여정을 다룬 점에서 페르 귄트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비교되기도 한다.
파우스트가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영혼을 팔고 세상의 희로애락에 집착했다면,페르 귄트는 돈과 명예를 좇아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두 작품 모두 구원의 여인이 등장한다는 점도 닮았다. 파우스트의 그레트헨처럼 페르 귄트는 솔베이지의 품에서 잠든다.
양씨는 "원작의 대사가 정말 아름답다. 특히 '자기 자신'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 단어가 큰 울림을 준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번민하는 요즘,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2005-0114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