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투자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안재동씨(37)는 요즘 미술품 수집에 푹 빠져 산다. 3년 전 미술을 전공한 후배를 통해 처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작품을 사 두면 좋다고 조언을 해 주는 등 어느 새 준전문가가 됐다. 재작년부터는 아마추어 미술 컬렉터 모임인 '미사랑포럼'의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이 모임이 주최하는 소장 작품 전시회에 자신이 갖고 있는 작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안씨처럼 미술품 수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을 사 두면 향후 되팔아 매매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간 미술품 투자는 수십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도 좋은 작품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전시회를 관람하고 동호회 활동 등을 하다 보면 미술은 어렵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호회 가입해 정보 교류

미술품 투자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술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하기에 앞서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상황과 해당 업종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문가들은 처음 6개월 동안은 매주 한번씩 서울 인사동 평창동 청담동 등 화랑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하라고 권한다.

안씨의 사례처럼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동호회 활동을 할 경우 투자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전시회 관람이나 정보 교류 등에 목적을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공동 투자를 목적으로 할 경우 개인마다 미술에 대한 취향이 달라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 문제로 인해 회원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윤돈 미사랑포럼 대표는 "처음에는 미술에 대해 함께 공부하자는 취지로 동호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며 "회원 서로 간에 신뢰가 생기면 좋은 작품을 권하기도 하고 공동 투자를 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랑 대표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나 미술시장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과 친분을 쌓아 놓는 것도 필수다.

박정수 현대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자주 가는 단골 화랑을 만들고 화랑 사장 한두 명 정도는 친하게 사귀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화랑 사장과 친분이 있으면 미술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장 동향도 전해듣고 유망한 작품을 추천받는 등 여러 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10%로 여러 작품에 분산 투자

미술품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기본 원리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와 다르지 않다. 미래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물건을 사서 가격이 올랐을 때 파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술품의 경우 작품보다 작가의 역량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개인전 개최횟수나 전시회 참가횟수 등에 비해 작품의 가격이 저렴한 작가가 머지않아 작품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여력이 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라면 향후 시장을 주도하는 '블루칩' 작가로 성장해 작품의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활동상을 보고 작품을 살 정도에 도달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 위주로 한두 개씩 사 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자신의 취향대로 작품을 사면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소장 가치는 충분히 얻을 수 있고 작품을 구매하고 감상하는 과정에서 미술에 대한 안목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초보자는 연 소득의 10% 이내에서 미술품을 구매하되 비싼 작품 하나를 사기보다는 저렴한 작품 여러 개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연 소득이 4000만원이라면 400만원을 투자하되 400만원짜리 작품을 사지 말고 100만원짜리 작품 4점을 사라는 얘기다.

또 100만원짜리 작품을 몇 년 후 300만원에 팔았다면 바로 300만원짜리 작품을 사기보다는 150만원짜리 2점을 사는 것이 투자 전략상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능력을 초과한 무리한 투자나 단기 차익을 노린 치고 빠지기 식 투자는 금물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미술품은 주식과 달리 팔고 싶다고 즉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1~2년은 기다려야 가격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오른다"며 "그림을 즐기면서 기다리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초보자는 대형화랑 기획展 통해 구매를…경매로 살땐 수수료 10%

일반인들이 미술품을 사고팔 수 있는 경로는 경매 화랑 아트페어(전시회) 등 크게 세 가지다. 투자 목적으로 그림을 사고자 하는 초보자들은 경매 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경매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정기적으로 경매를 실시하는 회사는 서울옥션(www.seoulauction.com)과 K옥션(www.k-auction.com) 두 곳이 있는데 회사별로 오프라인 경매와 온라인 경매를 각각 1년에 3~4회씩 개최한다. 온라인 경매는 인터넷상에서 회원 가입만 하면 참여할 수 있고 오프라인 경매는 10만원의 회비를 내고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술품을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획경매도 열리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 2월 'My First Collection'을 통해 300만원 이하의 작품만으로 경매를 실시했다.

경매를 통해 그림을 사고팔 경우 통상 경매회사에 10%의 수수료를 낸다. 만약 그림의 낙찰가가 100만원이라면 경매회사에는 낙찰가에 10%의 수수료가 추가된 110만원을 내야 한다. 대신 미술품 매매에는 일체의 세금이 붙지 않는다. 초보자는 가급적 이름이 알려진 대형 화랑을 통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유통 경로가 투명한 작품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화랑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의심스럽다면 경매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검색해 비교해 볼 수 있다.

대형 화랑이 젊은 작가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기획전시는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다. 이 같은 기획전시에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작품 가격은 싸지만 화단에서 장래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