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호주 따라잡기]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ETF랑 함께 봐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들어 ETF 4조1534억원 어치 순매도 감안땐
실제 증시 순매수는 1조6천억으로 줄어들어
실제 증시 순매수는 1조6천억으로 줄어들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6조원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인은 동시에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식을 정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외국인 매수세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TF 매도분은 외국인 매매 동향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ETF는 코스피200종목 안의 종목을 편입하거나 반도체 조선 은행 등 특정 업종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이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일반 종목과 같이 실시간 거래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794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2004년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움직임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 전환은 뚜렷한 기조로 드러나고 있지만,외국인의 국내 주식의 매수 규모는 다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ETF를 통해 주식을 정리하고 있는 것은 매수 규모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거래소가 내놓는 수치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ETF 매매 규모를 함께 파악해야 오차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들어 외국인은 국내 ETF 상장시장에서만 4조153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외국인이 실제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거래 과정은 이렇다. 외국인은 국내 대표 우량주를 한꺼번에 수십 종목씩 사들인 다음 ETF를 상장시킨 자산운용사에 찾아가 매수한 주식을 ETF로 바꾼다. 어차피 시장 수익률을 쫓아야 하는 ETF는 코스피200 종목을 편입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는 이 주식을 ETF로 교환해 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에 편입하는 종목수는 보통 70개 이상"이라며 "자금여력이 많아 주식을 살 때 수십 종목의 우량주를 살 수 있는 외국인이 ETF로 바꿔 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ETF 규모가 커지면 유동성이 늘어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 있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ETF 거래엔 주식 거래세(거래금액의 0.3%)가 면제돼 외국인들이 그만큼 세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편법으로 주식 거래세를 내지 않는 이점을 노리고 주식을 사서 ETF로 전환해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자금동향이 외국인 매매 집계에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외국인의 ETF 매도규모가 올 들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엔 외국인의 ETF 순매도 금액이 2559억원에 머물렀지만 올 1월에는 1조원을 넘겼고 지난달에는 1조4866억원으로 늘었다.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넘어서자 그동안 주식비중을 늘렸던 외국인들이 일부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보이지 않는 외국인의 ETF 매도가 운용사(투신사)들의 매도 물량으로 이어진다. 외국인의 ETF를 받은 운용사들은 외국인 매도에 맞춰 편입 주식을 정리해 주식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투신사들이 순매도를 보이는 것도 상당부분은 이 같은 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1400선 안착을 시도하는 등 강세를 보이자 외국인들은 다시 국내 주식비중을 늘리고 있어 아직까지는 ETF를 고려해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순매수와 ETF 매도 규모를 감안해도 순매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얘기다.
물론 외국인이 전반적으로는 ETF를 매도하고 있지만 이들이 여전히 순매수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국투신운용이 상장한 '한국킨덱스200'은 올 들어 이달 4일까지 외국인들이 31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 펀드는 이 기간 19.22%의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ETF도 사들여 눈길을 끈다. 외국인은 홍콩H증시에 투자하는 '삼성코덱스차이나H'를 올 들어 56억원 이상 순매수했고,'삼성코덱스브라질'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펀드는 각각 연초 이후 18.63%,33.68%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한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비중을 늘리면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국내 ETF를 통해 해외 증시 투자도 병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고 투자하고 남은 현금자금 중 일부를 이런 방식으로 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