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의 부작용 가능성까지 짚어 가며 꼼꼼히 연구해야 할 분야가 바로 줄기세포입니다. 안전한 치료제가 당장 나올 수 있다는 기대는 성급한 것입니다. "

브록 리브 하버드대줄기세포연구소(HSCI) 소장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연구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치료제 연구는 부작용 가능성과의 싸움인 만큼 효과와 연구 속도보다는 안전성 확인이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버드대줄기세포연구소는 뛰어난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관으로,셀(Cell) 등 국제적인 학술지에 한 달 평균 30편의 관련 논문을 싣고 있다. 발표논문 수 기준으로 세계 1위다.

특히 2005년 이 연구소가 루게릭병 환자에서 뽑아낸 세포로 신경세포를 만든 연구 성과는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대 의학 발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일대 의대와 하버드대 MBA 출신인 브록 리브 소장은 2007년 하버드대줄기세포연구소장에 취임한 이후 줄기세포 연구 진행은 물론 대학 내 관련 연구시설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역할을 3년째 맡고 있다. 65명의 책임교수와 115명의 연구원들이 이 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리브 소장은 "줄기세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10년 혹은 20년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연구는 줄기세포를 질병 치료의 직접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이것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두 가지"라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줄기세포를 활용한 신약물질 발굴"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높은 한국과는 다른 상황인 셈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인체를 대상으로는 하기 힘든 다양한 임상시험을 세포단위에서는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급히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나서기보다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물질 스크리닝,즉 신약물질 후보 효과 검색과 발굴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실제 하버드대와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는 이 같은 점에 주목,기존 컴파운드(화학합성물질)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허용 정책 발표에 대해 리브 소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은 정부 자금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을 뿐 할 수 있는 연구는 모두 진행해 왔어요. 앞으로는 민간 연구자금 외에도 더 풍부한 자금을 쓸 수 있다는 게 변화일 뿐입니다. " 하버드대 연구소는 지난해 민간인 기증으로 조성된 1600만달러의 연구비를 사용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열풍을 우려했다. "인체에 주입된 줄기세포가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다 뇌세포 등에 붙어 암으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걱정하는 것은 결국 이런 측면이죠."

다만 최근 들어 췌장세포 등 체세포만을 갖고 다양한 종류의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논문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안고 있는 윤리문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계기로 전반적으로 줄기세포의 연구 속도가 더 빨라지고 상용화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케임브리지(미국 매사추세츠주)=이관우 기자 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