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듀발, 랭킹 1위서 858위로 6년째 바닥
프로든 아마추어든,골프든 다른 종목이든 슬럼프는 불청객이다. '성적=돈'인 프로 골퍼들도 슬럼프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데이비드 듀발(사진)과 존 데일리(이상 미국)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 선수로는 김경태가 2년째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하고 있으며,최근엔 최경주마저 부진을 보이고 있다. 슬럼프의 행태와 그 원인을 짚어본다.

◆듀발-자만 · 동기 상실이 슬럼프의 원인

1999년 3월28일~6월27일 및 8월8일.듀발이 세계랭킹 1위에 머무른 기간이다. 비록 14주이나 톱은 톱이다. 그해 열린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는 미국 PGA투어 '18홀 최소타수'인 59타를 기록했고,2001년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런 그가 2003년 이후 현재까지 6년여 동안 바닥을 기고 있다. 그 기간 출전한 110개 대회 중 30개에서 커트를 통과했을 뿐이다. 2005년엔 '16연속 커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쥐었다. 올해도 10개 대회에 나가 단 두 차례 상금을 받았다. 현재 세계랭킹은 858위.주위에서는 "정상에 오른 뒤 자만에 빠져 노력하지 않은 데다,경제적 풍요까지 이루면서 의욕을 상실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정작 본인은 "안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든다. 정상은 지키는 것이 더 어렵고,톱랭커라도 장기간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데일리-방종으로 자초한 추락

1991년 USPGA챔피언십.'출전대기자 신분'이었던 데일리는 한 선수가 빠지자 어렵사리 대회에 나갔고,마침내 투어 첫승을 거머쥔다. '장타자' 데일리가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데일리는 1995년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우승,메이저 2승을 올린다. 그러나 그 이후 그의 생활은 '알코올중독-재활-이혼-주정-대회 무단 이탈-출전 정지' 등으로 이어지는 풍운의 연속이었다. 오는 6월 말까지 미 PGA투어에 출전할수 없어서 지난주 유러피언투어 스패니시오픈에 나갔으나 31위에 그쳤다. 11차례나 미 PGA투어 '최장타자'에 오른 상품성,메이저 2승 경력,선수로서는 절정기인 43세의 나이 등으로 볼 때 데일리의 최근 성적(세계랭킹 794위)은 실망스럽다. 체중을 30㎏가까이 줄이며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그가 부활하느냐 잊혀지느냐는 그의 태도에 달렸다.

◆김경태-자신감 회복이 관건

'슈퍼 루키''괴물'.김경태가 프로로 전향한 직후인 2007년에만 해도 그에게 따라붙던 수식어였다. 그런 김경태가 지금은 '평범한 선수'에 머무르고 있다. 2년이 다 되도록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초엔 국내외 6개 대회에 나가 다섯 차례나 커트 탈락했다. 당시 80타대를 기록한 것도 세 번이나 됐다.

그는 "루키 연도인 2007년을 화려하게 보낸 뒤 그 이듬해 더 잘 해보려고 변화를 시도했다. 거리를 늘리려고 스윙 아크를 크게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변화에 대한 적응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적도,자신감도 낮아졌다. 2007년 7월 이후 인연을 맺지 못한 우승컵을 빨리 안아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투어에 출전하고 있는 김경태.우승 물꼬만 트면 연승 행진도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경주-예전의 리듬을 되찾아야

최경주가 올해 출전한 11개 대회 가운데 '톱10'에 든 것은 노던트러스트오픈(3위)이 유일하다. 3월 초 트랜지션스챔피언십부터 지난주 퀘일할로챔피언십까지 5개 대회에서는 네 번이나 커트 탈락했다. 이런 부진은 루키 연도인 2000년 10월(5개 대회 연속 탈락) 이후 처음이다. 최근 여섯 대회에서 60타대 스코어를 낸 것은 취리히클래식 2라운드(66타)가 유일하다. 주위에서는 "샷이나 스윙에는 문제가 없지만 '리듬'을 잃은 것같다"고 진단한다. SK텔레콤오픈 출전차 입국하기에 앞서 나가는 이번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