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허리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김모씨(68)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각종 검사를 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하지만 통증은 갈수록 심해지고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까지 나타나 부랴부랴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김씨의 질환은 극외측 디스크(일명 옆구리 디스크)였다. 과거에 일반 디스크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별 문제가 없었거나 MRI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 데도 여전히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라면 이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허리디스크(요추간판수핵탈출증)는 척추마디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물렁뼈(수핵)가 신경관 안에서 뒤쪽으로 돌출돼 신경을 압박하면서 허리 및 다리로 신경이 갈라져 나가는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돌아눕거나 구부렸다 펴기 등 허리를 움직이면 아프고 다리를 올리면 통증이 심해진다.



이에 반해 옆구리 디스크는 척추강(신경관) 밖에서 옆쪽으로 돌출된 물렁뼈가 다리로 가는 신경절을 누르는 경우를 말한다. 초기엔 운동마비가 오다가 나중엔 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평균 연령은 55세 정도지만 디스크에 비해 70대 이상 노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옆구리 디스크가 의심되면 반드시 이마에 평행한 단면을 볼 수 있도록 MRI로 관상촬영(coronal view)을 실시해 압박받는 신경 위치를 정확히 진단한 후 수술해야 한다.

수술방법은 척추의 정 중앙에서 디스크가 돌출된 쪽으로 약 5㎝ 정도로 접근해 2㎝가량 피부를 절개한 뒤 근육 사이를 비집고 환부로 접근，뼈를 절제하지 않고 미세현미경으로 보면서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시간은 30분 정도이며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아 안전하고 후유증이 적다. 수술 당일 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7일 이내에 충분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단순히 신경을 누르는 것 외에 척추관절 부위를 누르기도 하고 디스크 간격도 좁으며 특히 허리 끝마디에 발생하는 옆구리 디스크는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매우 힘들어 일반 디스크 수술보다 광범위한 관절 절제술이 요구된다.

서울시 논현동 더조은병원 도은식 · 김주헌 원장팀은 2004년 5월~2009년 3월에 전체 허리디스크 환자 1380명 중 옆구리 디스크로 진단받은 138명(10%)을 대상으로 이 시술법을 적용한 후 평균 11개월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96%의 환자에게서 만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수술 환자 중 70%는 통증 등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으며,23%는 '만족'， 4%는 '보통'으로 평가됐다.

도은식 원장은 "전체 디스크 환자의 10~12%가 옆구리 디스크 환자"라며 "이들은 일반 디스크 환자와 달리 MRI관상촬영 검사와 고난도의 수술이 필요하므로 전문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도 원장은 "수술은 전신마취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것은 물론 심장이나 폐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시술하기 때문에 만성내과질환을 지니고 있는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