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 토지은행기획처 직원 20여명이 지난 3월12일 점심 시간에 맞춰 본사가 있는 경기도 분당의 한 식당으로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부서 회식 정도로 생각하고 왔던 직원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종상 토공 사장이 난데없이 식당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날 점심은 '서프라이징 미팅'이었다. 이 사장이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직원들과 대화를 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워했던 이 사장이 일정을 쪼개 마련한 자리다.

이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토공의 경영 상태를 설명하고 토지은행 출범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입사 3년 만에 처음으로 사장과 함께 점심을 했다는 직원은 "인생 선배로서의 사장님과 격의 없는 대화로 부서업무부터 개인 애로사항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으며 사장님과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공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는' 혁신의 칼을 빼들었다. 그 선두에 이 사장이 섰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 사장은 우선 임직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나라 꽃인 무궁화 꽃길 · 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국심을 고취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도록 직원의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이후 토공이 조성하는 신도시나 혁신도시 조경공사에는 반드시 무궁화 꽂길이나 공원이 들어서고 있다. 이미 판교신도시,용인 흥덕지구 등 4개 지구에 '무궁화 길' 1.5㎞를 조성했다. 대전도안,익산배산 등 10개 지구에도 총 8㎞ 길이의 무궁화 길을 꾸밀 예정이다.

토공의 두번째 혁신은 '조성원가 인하'이다. 'COST down 365'란 이름으로 택지는 5%,산업단지는 10%씩 각각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목표다. 토공 설립의 본연의 목적을 바탕으로 택지 가격을 내리기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토공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원가절감으로 지난 2월 공급한 경북과 울산 등 5개 혁신도시 택지 가격을 당초 계획보다 8~17.4% 낮췄다. 또 송파신도시,화성동탄2신도시는 5%가량 택지비를 인하할 예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분양가에서 택지비의 비중이 약 30%가량으로 택지비가 5% 인하되면 최종 소비자의 아파트 분양가는 1.5%가량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장은 "국민에게 신뢰받고 땅장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성원가를 절감하고 택지비 인하에 진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토공은 공사 · 용역 부문에 '계약심사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그동안 여러 부서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해 왔던 설계 및 계약 관련 업무와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계약심사단을 설치했다. 발주부서에서 설계한 산출금액의 적정성과 설계 및 계약방법의 경제성 등을 심사해 설계와 용역,건설공사의 원가계산이 한층 엄격해지면서 지난해 3038억원,올 들어 3월 말까지 석 달 동안 1623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기존 틀을 부수는 인사와 조직개편도 조직에 긴장감을 주며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2급 갑 · 을의 직급을 통합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의 1급 직위에 있었던 직원들을 2선으로 용퇴시켰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1급 평균 연령보다 여덟 살이나 젊은 45세 처장을 보임하는 등 파격적인 젊은 피 수혈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한편 토공은 토지 취득과 공급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대외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감정평가업자 선정제도도 대폭 고쳤다. 분양가 상승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양질의 저렴한 토지를 적시에 공급하는 공적 토지수급 조절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다. 우선 지난해 8월 보상평가분야에서는 전자심사제를,공급평가 등에서는 전자추첨제를 도입했다. 지난 3월부터 감정평가법인이 인터넷(http://kass.lplus.or.kr)을 통해 신청하면 자동으로 선정되는 감정평가업자 선정시스템을 가동,토지 평가를 둘러싼 잡음을 깨끗이 없앴다.

이 사장은 "본사 조직을 슬림화하고 현장 중심으로 인력을 운영하기 위해 인사와 조직을 계속 혁신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