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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인사이드] 전염병의 경제학‥교역 증가에 질병도 '글로벌화'…경제 주름살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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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창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우두 접종도 더 이상 필요없다. "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인간의 자만심을 경계하려 한 신의 뜻이었을까. 그 이후 새롭게 등장한 전염병만 30종이 넘는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C형 간염,에볼라 출혈열,병원성 대장균(O-157균)을 비롯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조류 인플루엔자(AI),신종 플루(H1N1)까지 생겨났다.

    사스나 AI,신종 플루의 경우 인명 피해는 예전에 비해 덜해졌다. 하지만 급속한 세계화의 진전으로 전염 속도가 무척 빨라지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커졌다. 교역이 빈번해지면서 국가 간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민간소비 · 생산활동 위축 초래

    신종 플루와 같은 질병은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20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인플루엔자(독감)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현대판 흑사병'이라 불릴 정도였다. 당시 사망자만 대략 2000만~500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전쟁 때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신종 바이러스가 새로 생겨나도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은 현대 과학과 의학의 발전 덕분이다.

    현대 문명사회의 발전은 세계를 더 좁은 곳으로 만들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질병이 불과 며칠 만에 옮겨올 정도로 교류와 이동이 빈번해진 탓이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는 이유도 '세계화'와 관련이 있다. 질병이 발생한 국가와의 교역이나 인적 교류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무역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고 해당 국가를 상대로 하는 각종 업무도 차질을 빚게 된다.

    예컨대 홍콩에서 사스가 발생한 2003년 2분기 홍콩을 찾은 방문자 수는 20만명에도 못미쳐 그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평균 80% 내외를 유지하던 홍콩의 호텔객실 예약률도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제적 악영향은 특정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신종 플루 공포로 돼지고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민간소비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생산활동 부진과 금융시장 혼란,성장 잠재력 훼손 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경기부진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의 대거 도산 사태까지 나타날 수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신종 플루 같은 새로운 질병은 파급 정도에 비례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특히 한국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는 질병이 외국에서만 유행해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 플루는 진원지인 멕시코와 중남미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남미 지역 국가들은 원유와 농산물,광물자원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다. 특히 멕시코는 1차산품 수출이 전체 수출의 24.4%를 차지하며 그 중 80%를 미국으로 직수출해왔다.

    이번 사태로 미국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페소화 급락과 대외자본 유출 등에 따른 대외부채 누적도 우려된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 생산이 전 세계로 얽혀있는 상황에서 질병 발생에 따른 교역중단은 그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의약산업 등에는 발전 기회

    질병이 찾아왔다고 해서 좌절할 일만은 아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은 질병에 대한 도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신종 플루 확산과 함께 제약주나 바이오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질병이 가져다줄 수 있는 효과로 △바이오 연구 활성화 △제약업 활기 △위생의식 강화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당장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바이오기술 연구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신종 플루는 사람 간 감염되는 새로운 유형의 변종 바이러스여서 현재까지 정확한 진단 시약이나 장비조차 존재하지 않지만,각국 정부와 제약업체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신종 플루의 백신 생산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최근 833억원의 추가경정예산도 새로 책정됐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신종 플루의 지놈서열 해독 등을 통한 개발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또 각국 간 연구정보 교환도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관련 의약품을 개발할 경우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질병과 관련된 산업도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플루와 관련해 마스크와 손 청결제,향균제품 등의 매출이 벌써부터 늘고 있다. 신종 플루를 예방하는 핵심이 손을 자주 씻고 재채기를 조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 집에서 즐기는 게임이나 홈쇼핑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방역산업도 호황을 누릴 수 있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플루는 돼지고기 관련 업체에는 악재지만 수산물이나 닭고기 같은 대체재 업체에는 호재"라며 "질병 발생에도 업종별 명암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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