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170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 한나라당이 4년 전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내 분파주의와 당정 간 엇박자,거기에서 비롯된 민심이반과 재보선 참패로 이어지는 과정은 열린우리당의 판박이다.

4년 전인 2005년 4 · 30 재보선.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6곳) 기초자치단체장(7곳) 광역의원(10곳) 등 정당공천이 가능한 23곳의 선거구에서 모두 지는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전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얻었지만 재보선 결과 의석이 146석으로 줄면서 열린우리당은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겼다. 16곳에서 치러진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역시 광역의원 1곳에서 이긴 것을 위안으로 삼기엔 전체적으로 너무나 참담한 성적표였다.

재보선 참패의 이유도 닮은꼴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조급증'에 빠진 청와대 및 정부와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한 당 지도부 사이에 마찰이 빚어져 혼선이 이어졌다. 당시 종합부동산세 신설,자치경찰제 도입,교육감직선제,경제자유구역법 등을 놓고 당 · 정 · 청 간 엇박자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정부 여당의 모습이 딱 이렇다. 정부법안(양도세 완화 관련법)을 여당이 뒤집는가 하면 국회에서 여당의원들이 주도해 만든 법(한은법 개정안)을 정부와 다른 상임위가 반대하는 등 혼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분파로 갈려 이전투구하는 모습까지 똑같다. 친이-친박계 사이에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부터 시작된 앙금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아 한지붕 두 가족의 '모래알'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친이계가 재보선에서 자파 인사를 공천하자 친박계 의원들은 완전히 뒷짐을 지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인사를 심정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4년 전 열린우리당이 '난닝구(옛 동교동계)'와 '빽바지(친노계)'로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