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0년만에 대만 기업 M&A… 'IT동맹' 시동
중국 1위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대만 이동통신 사업자인 파이스톤의 지분을 인수,60년간 막혀있던 중국 국영업체의 대만 기업 직접투자가 재개됐다. 이는 지난 26일 양안(중국과 대만) 협상을 통해 중국 기업의 대만 업체 인수 · 합병(M&A)이 허용된 뒤 일주일도 안 돼 이뤄진 것으로,중국 자본과 대만 기술의 일체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화권 업체의 한국 기업 추격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파이스톤의 지분 12%를 40억7000만홍콩달러(약 69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국영사가 대만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중국 대륙에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인수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파이스톤에 이사를 파견,경영에 참여한다. 이와 함께 파이스톤으로부터 로밍 등의 기술을 이전받고 공동 구매를 통해 구매력도 높이기로 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이번 제휴를 통해 중국 대륙과 홍콩은 물론 대만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사업을 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중국 2위 철광석 무역업체인 시노스틸은 5월 중 대만에 투자실무단을 파견,인수 대상을 물색할 예정이다.

중국 국영기업들의 대만 직접투자는 지난 26일 중국 난징에서 열린 제3차 양안 경제협력회담에서 중국 기업의 대만 투자를 허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천윈린 회장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 장빙쿤 이사장이 서명한 투자협정서는 1일 정식 발효된다. 양측은 기업들의 직접투자와 양국 금융사의 영업 허용,항공 직항편수 확대 등에 합의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와 관련,협정서가 발효되기도 전에 인수계약이 체결되는 등 앞으로 중국 기업의 대만 기업 인수 및 합병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첨단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에 비춰볼 때 대만의 기술력은 좋은 사냥감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기술과 중국의 자본 및 시장이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대만 기업들은 글로벌화돼 있어 중국 회사들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는 중국 자본의 직접투자 개시 소식에 힘입어 6.74% 급등한 5992.57로 마감했다. 199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대만달러 가치도 대만 외환시장에서 1.4% 뛴 달러당 33.188대만달러로,지난해 10월30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한편 대만은 이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주최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HA)에 옵서버 자격으로 12년 만에 참석한다. 이는 중국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양안의 봄기운이 만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1971년 유엔에서 축출되면서 유엔 산하기구의 회원 자격도 함께 박탈당했다. 양안 관계는 오는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마잉주 대만 총통(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밀월 관계로 전환됐다. 마 총통은 독립 포기와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내걸고 총통에 당선됐으며 그동안 세 차례 공식 협상을 통해 양안 간 협력 범위와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