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수급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함께 4월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개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반면 연일 팔아대던 기관은 이틀째 순매수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의 매수가 둔화되면서 증시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실탄을 확보한 기관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오전 11시7분 현재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05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투신이 사흘째 1000억원 이상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은 장초반 '사자'에서 '팔자'로 돌아섰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기관은 4월6일부터 28일까지 17일동안 무려 5조1793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역대 4번째로 긴 매도세다. 업계에서는 3월 이후 증시의 상승으로 펀드의 손실이 줄어들자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오,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등 테마주의 급부상으로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입은 손실을 직접투자로 만회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관의 '팔자'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아직 펀드의 환매는 지속되고 있지만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민연금의 주식비중 축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전일 연기금이 증권주를 대거 순매수한 점은 수급개선을 노리고 미리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스콤에 따르면 29일 기준 기관 순매도 상위 순위에 유진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동양종금증권 등 증권주가 대거 올랐다.

반면 거침없는 매수로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던 개인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고객예탁금의 급격한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15일 1조6047억원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고객예탁금은 28일 기준 15조775억원으로 감소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들어 고객예탁금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것은 직접투자자금의 증시 유입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