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박찬욱 감독의 기대작 '박쥐'.이 영화의 주인공역을 맡은 송강호는 처음에는 점잖은 가톨릭 사제였지만,예기치 않은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후에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다. 전지현이 주인공 사야 역을 맡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블러드(Blood)'에서도 멋진 뱀파이어들이 등장한다.

갑작스런 뱀파이어들의 출현은 영화에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출판 시장은 이미 뱀파이어들에게 완전히 점령돼 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베스트셀러 집계를 살펴보면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미국의 경우 극심한 경기 불황 가운데서도 마땅한 심리적 도피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출판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고,《해리포터》와 비교할 만큼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성공은 작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등장하는 멋진 뱀파이어들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전 세계 소녀들의 영혼까지 지배할 태세다. 또한 뱀파이어 로맨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샬레인 해리스(Charlaine Harris)의 《서던 뱀파이어(Southern Vampire)》 시리즈 8권도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이 시리즈 역시 《트와일라잇》과 마찬가지로 뱀파이어와 인간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는데,여기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너무나 귀족적이고 도도하다.

지난주 런던도서전 행사를 마친 영국의 출판 시장에서도 뱀파이어를 비롯한 스릴러의 열풍은 꺾일 줄 모른다. 지난해 부커상 수상작 《화이트 타이거(The White Tiger)》를 제외하면 대런 섄(Darren Shan),리 차일드(Lee Child) 등 스릴러 거장들의 소설 9권이 이 분야 베스트셀러 10위에 포진해있다.

독일에서도 《트와일라잇》 열풍이 뜨겁다. 프랑스 역시 스웨덴 출신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스릴러 《밀레니엄》 시리즈가 수개월째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 또한 《트와일라잇》과 《밀레니엄》 시리즈의 기세를 꺾을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뱀파이어의 거센 열풍 가운데 지금 세계 출판 시장은 '2009년 9월15일'을 주목하고 있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Dan Brown)이 《잃어버린 기호(The Lost Symbol)》라는 작품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주 런던 도서전에서 작품 출간 소식이 발표된 직후 아마존 예약 판매에서도 이 책은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갔다. 뱀파이어 열풍에 이어 댄 브라운의 신간은 엄청난 위력의 핵폭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