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활성화를 위한 '슈퍼 추경안'(28조4000억원)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경기 회복세가 상당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지표가 급속히 호전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5월부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게 돼 실물경기 회복은 의외로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 회복 탄력 받을 듯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추경예산안은 정부가 당초 올린 안(28조9000억원)에 비해 5100억원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정부의 세금 수입을 줄여 편성하는 감액추경(11조2000억원)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추경예산 규모는 정부안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민주당은 13조8000억원의 자체 추경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막판에 정부안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이 이르면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추경예산이 집행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규제완화와 민간투자 확대책까지 감안하면 총 1.5%포인트 정도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이밍으로 보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 추경예산이 집행된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다. 경기회복 분위기를 조성한 자산시장의 가격 회복이 추경예산에 바통을 넘겨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추경예산이 본격 집행되면 급속히 호전되고 있는 경기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추경예산은 특히 실물부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들의 매출증대로 나타나고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경제심리 회복을 넘어 실물부문 회복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추경으로 재정수지는 악화가 불가피하다. 국가채무는 당초 예상했던 349조7000억원에서 366조원으로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35.6%로 증가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75.4%)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심리지표들은 이미 크게 호전

시장에서는 심리지수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좋은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3.8이었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전망치인 BSI가 기준선인 100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100에 접근했다. 소비심리지수는 경제생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전달 84에서 14포인트나 뛴 98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경상수지흑자는 66억5000만달러로 종전 사상최대였던 지난해 10월의 47억5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경상수지는 지난 1월 16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2월 35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현실성 떨어진 예산은 삭감

국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을 들여다보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는 부문을 일부 삭감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가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마련한 1조9950억원 규모의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 예산은 3분의 1 이상인 6670억원이 줄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가 과도한데다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낭비성 예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상인원을 당초 40만명에서 25만명으로 줄였다.

저소득층 지원예산 일부도 삭감됐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올린 저소득층 생계급여 예산(1154억원) 가운데 421억원이 줄었고 재산담보부 생계비 융자 사업을 위한 1300억원의 예산안도 64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방정부의 악화된 재정난을 덜기 위해 지방재정 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늘렸다.

정종태/이태명/김용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