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념으로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알렌 스펙터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79)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상원의원이 당적을 변경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번 이적은 그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5선 중진으로 공화당 내 중도파인 스펙터 의원은 당적 변경에 대해 "29년의 내 정치 경력을 내년 재선을 위해 열리는 펜실베이니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평가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당 예비선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이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그의 '배신'을 정치적 자기보존 행태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쾌재를 불렀다. 그는 당적 변경 소식을 듣고 7분 만에 스펙터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을 얻게 돼 짜릿하다"면서 "전폭 지지해주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위해 선거자금이라도 모금해줄 것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스펙터가 민주당의 어느 예비선거에 나가더라도 당선되도록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작부터 그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스펙터 의원은 7870억달러에 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법안에 찬성표를 던져 결국 통과시킨 공화당 중도파 의원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상원에서 오랜 동료였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이를 계기로 그의 당적 변경을 적극 유도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스펙터의 합류로 상원 내 의석 수가 '슈퍼 60석'에 한 석 모자란 59석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선거 이후 재검표 결과를 놓고 법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미네소타주에서 앨 프랑켄 후보가 승리하면 민주당은 꿈의 60석을 얻게 된다. 60석은 야당인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의료보험제도,노동정책 개혁 등 주요 법안을 손쉽게 통과시킬 수 있는 매직 넘버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