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정에 나온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64)의 모습은 의외로 밝고 편안해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대질신문 가능성에 대한 부담 등으로 초조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결 담담하고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4번째 공판에 참석했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하얗게 변하는 등 외모는 지난 7일 3차 공판 때보다 수척해 보였지만 행동과 표정은 훨씬 자연스럽고 밝았다.

박 회장은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5분 만에 끝난 짧은 공판 중에도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거나 가끔 방청객을 둘러보는 여유를 보였다. 지난 3차 공판 때는 어두운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었다. 박 회장은 또 재판부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고,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변호인이 내미는 서류를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박 회장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사에게 먼저 말을 건넸고,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 회장은 퇴장하면서 법정을 찾은 지인들과 눈인사도 교환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한 지인은 "박 회장이 수감된 현실을 수용하면서 비교적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으로 인해 정 · 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데 대해 괴로워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았다.

검찰 관계자도 "통상 마음을 비운 피고들은 행동에 여유가 있고 얼굴도 편안해 보인다"며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의 대질신문이 이뤄지더라도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소신껏 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기대했다.

한편,박 회장은 요즘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신문을 꼼꼼히 챙겨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자신에 대한 평가가 실린 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이 그의 진술인 것처럼 보도되거나,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입'과 비교한 기사에는 흥분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어려운 기업인을 많이 도운 전력이 부각된 내용에는 흐뭇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외부에 본인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