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돼지 인플루엔자(SI) '추정' 환자가 발생하면서 관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추정' 환자는 28일 오전 '의심' 환자로 판명됐지만 정밀검사 결과 오후에 곧바로 '추정' 환자로 분류됐다. 아직 최종 판정을 받아야 하지만 관계당국은 사실상 SI가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국가재난 단계를 격상시켰다.



◆검역의 한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SI '추정' 환자로 밝혀진 이 여성은 지난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멕시코로 들어갔고 4월25일에 멕시코에서 다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4월26일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비행기에 탈 때부터 기침 오한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검역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본인이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SI '추정'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정한 것처럼 입국 검역을 통해서는 SI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때문에 이 여성 외에도 SI 의심 환자가 걸러지지 않은 채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전국 보건소에는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SI 증상이 보통의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위기평가위원회가 이날 국가재난 단계를 해외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관심'에서 해외 신종 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의미하는 '주의'로 상향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재난 단계는 향후 '추정' 환자의 추가 출현과 '확진' 판정 여부에 따라 '경계'(국내 유입 후 다른 지역 전파)와 '심각'(전국적 확산 징후)으로까지 높아질 수 있다.

◆'확진' 판명에는 2주일

'추정 환자'인 이 여성이 SI 환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 여성은 급성호흡기질환이 있으면서 인플루엔자(A)가 확인됐지만 기존 사람인플루엔자(H1,H3)에는 음성 판정을 받은 단계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 분리 진행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한 RT-PCR(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중화항체 검사 등을 통해 '확진'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방법마다 소요되는 시간은 다르지만 2~3주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의 신상숙 공중보건위기대응팀장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확진' 여부를 판정하기로 했다"며 "어떤 검사에서 먼저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여성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탑승객 315명 전원에 대해서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추적 조사하고 있다. 특히 '추정' 환자와 같은 기관에 거주하고 있는 40명 전원에게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투여했으며,조사 결과 현재까지 2차 감염 사례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도한 우려는 금물

질병관리본부는 그러나 SI가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최종 판명되더라도 우려하는 것처럼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SI 바이러스가 이종 간에 급속하게 전염될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로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멕시코에서 사망 사고 등의 피해가 컸던 것은 초기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한국처럼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황과는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아직까지는 정확한 SI 진단 시약이 없지만 CDC가 조만간 개발해 전 세계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SI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