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비행기가 사전 예고도 없이 뉴욕과 뉴저지 상공을 저공 비행(사진)하는 바람에 이 지역 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2001년 9 · 11과 같은 비행기 테러 사태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미 공군은 27일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사진 촬영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과 동일한 747 보조 비행기 'VC25'와 F16 전투기 두 대를 저공으로 연습비행시켰다. 이는 흡사 테러범에 납치된 비행기가 뉴욕의 맨해튼 고층건물로 향하고,전투기들이 요격 태세를 갖춘 것처럼 시민들의 육안에 비쳐지면서 대혼란을 일으켰다. 로어 맨해튼과 저지시티 소재 일부 건물에서는 비상 소개령이 내려졌다. 뉴욕 · 뉴저지 항만청 등에는 페리 승객들과 주민,인근 사무실 직원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등 거의 공황 상태였다. 이 여파로 뉴욕 증시도 출렁거렸다. 다우지수는 오전 10시10분께 4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가 10여분 후 50포인트 이상 반등했다.

당시 월드파이낸셜센터 건물에 있었던 사진작가 에드워드 에이커씨는 "허드슨강 주변 금융지구 내 빌딩에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며 "현장에는 경찰도 있었지만 연습비행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9 · 11 테러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한 시민은 "잠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면서 "나중에 연습비행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고 혼란스러웠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격노했다. 그는 "국방부가 왜 이번 연습비행을 9 · 11 발생 장소인 월드트레이드센터 부근에서 가졌는지 모르겠다"며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짐 피터스 연방항공청 대변인은 "사진 촬영을 위한 연습비행은 911과 311 상황센터,뉴욕과 뉴저지 경찰 등 모든 관련 당국에서 승인받았다"고 반박했다. 경찰당국은 비행 통보를 받았지만 일반인에게 알리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고 밝혔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내가 에어포스원의 모든 움직임을 알고 있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알면 여러분들은 놀랄 것"이라고 어물쩍 넘어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