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멕시코에서 발병해 지구촌을 덮친 ‘돼지독감’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 정부는 방역과 유입방지 등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6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멕시코에서만 86명이 사망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환자는 주로 북미와 유럽 대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아시아국가들도 과거 SARS 등 괴질이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망자·감염자 현황 (현지시간 26일) 및 대응책

△멕시코=‘재앙의 근원지’ 멕시코에서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86명이다. 이 중 22명은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감염증상을 보여 치료받고 있는 시민은 약 1380명이다.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해 총 17개 주(州)로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멕시코는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감염자의 격리 등을 위해 60억 페소의 자금을 확보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학교와 박물관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를 폐쇄했다. 몇몇 주에서는 모든 교육기관이 오는 5월 5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교회 행사를 포함한 모든 공식 행사가 중단됐다. 지하철에 위생 마스크를 배치했다.

세계은행은 멕시코가 돼지 인플루엔자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2억500만 달러(약 2800억 원)의 대출을 제공키로 했다. 아우구스틴 카스텐스 멕시코 재무장관은 “이중 2억500만 달러는 긴급하게 필요한 부문에 사용하고 나머지 1억8000만 달러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곳에 쓸 것”이라고 26일 말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멕시코에 다른 국가들의 유사한 사례에 대한 대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는 총 20명의 돼지독감 환자가 발견됐다. 미 질방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이날 현재 뉴욕 8건을 포함해 캘리포니아, 캔자스, 오하이오 및 텍사스 주 등 5개주에서 20건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뉴욕 퀸즈 지역에서 8명의 학생이 의심환자로 분류되어 검사 중이라 앞으로 환자 추가 발생이 예상된다.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6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방문객들에 대해 철저한 검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나폴리타노 장관은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는 바이러스 예방활동을 위해 연방과 주 정부, 지방정부 기관과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표준운영절차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또 “연방정부가 관리 중인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주 정부의 필요에 따라 확보할 수 있도록 1200만회 복용분을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CDC에서 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검역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 "감염 증세가 있는 여행객들은 격리돼 보호조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동부 노바스코티아주(州)에서 4건,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2건으로 총 6건의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이 26일 첫 확인됐다. 캐나다 정부는 감염사실이 확인된 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발표했다. 레오나 애글루카쿤 캐나다 보건부장관은 26일 “캐나다는 돼지독감 창궐을 막기 위한 충분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공공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든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멕시코를 방문했던 시민 7명이 돼지독감 유사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정부는 항공정보 서비스 업체 AENA를 상대로 감염 의심 환자들이 탑승했던 항공편의 승객 명단을 요청했다. 또 26일 멕시코발 스페인행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 약 1500명을 대상으로 특별 검진을 실시하는 한편, 멕시코를 경유하는 모든 노선에 충분한 분량의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배치하도록 했다.

△프랑스·영국=각각 1명, 2명의 시민이 증세를 보여 검사 중이다. 이들 모두 멕시코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멕시코 여행객에게 비상 경계령을 발동, 멕시코를 방문할 경우 공공장소 방문을 자제하고 현지인과의 신체 접촉을 피하도록 했다. 또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영국까지 전염될 경우 전 인구의 약 50%를 치료할 수 있을 만큼의 의약품을 준비해 놓은 상태다. 프랑스의 보건 당국은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아시아=아직까지 돼지독감 감염 증상을 보이는 의심환자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 조류독감, 사스(SARS)등 전염병의 창궐로 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돼지독감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나리타 국제공항에 체온 감지기를 설치해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 등 이상 증세가 있는지를 검사하고 있으며 수입 돼지고기 안전 검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중국은 25일 밤 보건당국을 통해 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지난 2주 간 멕시코, 미국 등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돼지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을 경험한 사람이 있으면 즉각 신고하도록 했다.

홍콩과 대만도 위험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여행객을 상대로 역학 조사를 시작했다. 그밖에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공항에서의 검역을 강화하고 수입 돼지고기 안전검사에 착수하는 등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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