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가 확보한 유동성(현금성 자산)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보유 현금은 선물환 손실분을 제외하더라도 작년 10월 이후 감소 추세로 파악된다.

이 때부터 자동차 판매가 급감,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GM대우 완성차 판매량(내수+수출)은 5만5729대로 전년 동월 대비 36% 급감했고 12월에는 3만6174대로 55.5%나 줄었다. 올 들어 1분기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보다 49.3% 감소한 11만6053대에 그쳤다.


◆GM대우 유동성 상황은?

GM대우는 판매 부진에 따른 현금 유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째 감산을 계속하고 있다. 생산 감축을 통해 부품대금 등 나가는 돈을 줄이자는 취지다. 비용 절감을 위해 퇴직금 중간 정산 등 직원 복지비 축소와 관리직 임금 감축 조치도 실시했다.

이런 자구노력에 힘입어 이달 들어선 유동성 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금융권에선 작년 말 3866억원까지 떨어졌던 GM대우 현금성 자산이 최근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구조를 실사한 산업은행은 5월 말까지는 GM대우가 자체자금을 통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수출대금이 일부 들어온 데다,법인세 등 세금 환급분도 유입됐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GM대우의 부품대금 결제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엔 갈길이 멀다. 작년 말 기준으로 GM대우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5조8542억원으로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4조8897억원)보다 9645억원이나 많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5~6월에만 8억9000만달러의 선물환 계약 만기가 돌아온다.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달러를 미리 팔아놓는 방식의 이 계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보유 원화를 주고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야 하지만 지금 형편으로 역부족이다. 더구나 GM대우는 산업 · 우리 · 외환 · 신한은행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 1조3700억원도 모두 소진한 상태다.

◆모회사 GM 처리 향방이 관건

GM대우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생존을 이어갈지 여부는 결국 모회사인 GM의 처리 향방에 달려 있다. 정부 및 산은은 미국 정부의 GM 처리와 연계해 GM대우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는 6월1일까지 새로운 구조조정계획을 제출하라고 GM에 명령한 상태다. GM은 이에 따라 280억달러 규모의 무담보채권과 퇴직자를 위한 의료보험기금 200억달러 등 모두 480억달러를 출자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대적인 딜러망 및 공장 폐쇄,대규모 인력 감축 등도 예고했다.

하지만 출자전환에 대한 채권자 동의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노조 반발도 거세다.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GM은 결국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산보호 신청 후 GM을 '굿(good) GM'과 '배드(bad) GM'으로 나눠 시보레 캐딜락 뷰익 GMC 등 우량 브랜드만 살리고 나머지는 포기한다는 것이다.

GM이 파산보호에 들어가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경우 소형차 핵심 생산기지인 GM대우는 장기적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GM 이사회 멤버인 닉 라일리 사장은 "GM대우는 신차 개발과 제조에서 중요한 사업장으로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GM의 채권 · 채무 동결로 수출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유동성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