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엑스포] 혈관의 生老病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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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절반 좁아져도 통증 못느껴…심혈관질환 예고없다
심장은 1분에 60~70회,평생(100세 기준) 동안 33억번을 뛴다. 혈관은 한 줄로 연결하면 약 10만㎞에 이르러 지구를 약 두 바퀴 반 휘감을 정도가 된다.
성인의 혈관 무게는 체중의 약 3%로 60㎏ 성인이라면 약 1.8㎏에 이른다.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되받아 버리는 역할을 하는 심장과 혈관의 기능이 멈추면 목숨이 끝난 것과 다름없다. 인간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생명 고속도로가 파이거나 막히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뒤 제일 먼저 생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혈관이다. 착상 후 3주째부터 뇌 심장 간과 같은 장기가 형성되고 동시에 혈관도 생성된다. 혈관을 만드는 세포 뭉치가 커지면서 내부에 작은 관들이 합쳐지고 가지를 쳐 서로 연결하면서 8주째가 되면 심장과 각 장기를 이어주는 혈관망이 완성된다.
총 연장 10만㎞나 되는 거대 혈관망이 갖춰지는 과정에서 혈관과 심장의 연결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고 잘못 이어지기도 하고 일부는 아예 생성되지도 않아 다양한 선천성 심장질환 및 혈관기형이나 사산이 초래되기도 한다.
3중막으로 이뤄진 혈관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역동적인 일을 한다. 내막(내피세포층)은 혈액과 직접 접촉하면서 피가 응고되지 않고 부드럽게 흐르도록 만드는 성분을 생성하는 등 혈관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근육세포와 섬유질로 구성된 중간막은 적절한 혈액량이 공급되도록 완충 기능을 맡는다.
예컨대 화를 내거나 운동할 때 근육으로 많은 혈액이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탄성섬유로 이뤄진 외막은 소시지 껍질처럼 질겨 높은 압력을 견뎌내게 한다.
혈관의 노화는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끼고 이물질이 쌓이는 과정과 비슷하다. 미세한 지방 성분(지단백)이 혈관내피세포 바로 아래층에 축적되면서 시작된다.
지방 자체가 물리적으로 혈액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흡연(니코틴) 호모시스테인(엽산 부족 또는 단백질 과잉으로 생성) 당뇨병 잇몸병 염증성질환 스트레스 분노 등에 의해 산화(부패)되면 혈관에서 염증이 나타나고 동맥경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혈관의 염증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고 근육세포를 과잉 증식시키며 탄성섬유를 파괴해 혈관의 기능을 잃게 만든다.
표면이 부드러운 내막의 홈을 메우려고 지방이 들러붙고 면역세포 찌꺼기나 염증물질이 엉기면 점점 덩어리(죽상 동맥경화반)가 커진다. 여기에 고혈압은 동맥벽에 누적적으로 압력을 가해 내피세포와 탄성섬유를 망가뜨린다.
동맥뿐 아니라 정맥도 늙어간다. 정맥을 통한 혈액의 흐름은 심장보다는 중력이나 팔다리 근육의 수축력에 의존한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근육을 덜 쓰고 근육이 가늘어지면 정맥 혈류가 느려지고 정맥 혈관이 늘어나 심하면 하지정맥류나 정맥혈전증이 생긴다.
혈소판이 좁아진 혈관을 지나가다가 동맥경화반 위에 층층이 쌓이면 혈전이 되고 이 중 아주 큰 것이 뇌나 심장으로 가는 주요 동맥을 막으면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뇌심혈관질환이 생긴다. 이들 질환은 병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병되는 순간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생명을 부지했다 하더라도 후유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무섭다.
더욱이 이런 질환은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찾아온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동맥이 50% 이상 좁아지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또 막힌 정도가 30%든 50%든 70%든 수치가 사망위험에 비례하진 않는다. 혈관이 절반가량 좁아지기까지는 짧게는 20년,길게는 60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 혈관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몸을 방치했다간 누구든 사지로 갈 수 있다.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혈관질환으로 인해 손상된 심장이나 뇌를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따라서 뇌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만이 오래 사는 길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고 금연,적정 체중 유지,운동 등을 통해 혈관을 젊고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조절하고 주말엔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며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리 늦어도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산다는 것을 잊지 말자.
박진식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
심장에 좋은 운동 · 식사 10대 수칙
1.하루 30~60분,주 4회 이상 운동한다.
2.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에어로빅 체조 등 유산소운동을 한다.
3.강도 낮은 운동을 오래 한다.
4.새벽이나 아침보다 오후에 운동한다.
5.고혈압 두통 어지럼증 사지통증이 생기면 운동량을 줄이거나 중단한다.
6.과일 · 야채를 하루 다섯 번 이상 먹는다.
7.현미와 같은 잡곡류를 많이 먹는다.
8.육류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
9.콩과 생선으로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질을 섭취한다.
10.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소금은 하루 6g 이하로 섭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