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 죽는데이”.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사서 단식중이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 한 말이다.명답이다.굶어서 죽지않을 사람은 없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 23일간 단식을 한적이 있다.YS의 말이 아니더라도 단식은 쉽지않다.경우에 따라선 몸이 상할 수 있다.과거 유명한 팝가수 카펜터는 굶다가 죽어 타임즈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단식은 위험하다.단식이 최후수단인 이유다.정치인들은 원내투쟁에 이은 장외투쟁을 통해서도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관철시키지 못할때 사용하는 게 단식이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3년 5월18일 민주화 5개항을 내걸고 단식투쟁을 한 게 대표적이다.

군사정권서 언론이 탄압받던 시절이라 YS의 단식은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단식이 길어지자 언론이 ‘재야인사 문제’ ‘현안 문제’라는 해괴한 제목을 단 게 고작이었다.YS의 단식은 민주화를 향한 대중의 잠자던 저항의식을 깨우는데 일조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단식은 10일간 계속됐다.특검법이 국회에서 가결되고야 최 전 대표는 단식을 풀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2007년 한미 FTA 처리에 반대,국회 본청앞에 천막을 친채 25일간 단식을 했다.정치인 단식으로는 긴 단식이었다.

그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만은 아니지만 결국 한미 FTA는 처리되지 않았다.최근에야 상임위를 통과했다.6월 한미 정상회담 후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결국 천 의원의 주장대로 돼가는 모양새다.

천 의원은 단식의 후유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원칙주의자 답게 단식이라는 용어에 한치 어긋남도 없이 임했던 탓이다.벌써 단식을 끝낸지 1년이 지났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많이 빠졌던 몸 무게는 이젠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몸은 단식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이런 비장한 단식만 있는 건 아니다.말로만 단식도 적지않다는 얘기도 있다.
가끔 단식을 하는 정치인이 한명 있다.그의 단식은 국회주변에선 ‘카스테라 단식’으로 통한다.

“단식을 하다 잠깐 화장실에 가서 카스테라를 먹고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일부 기자에게 목격이 됐다는 얘기도 돈다.이게 사실이라면 대외적으로는 단식효과를 거두면서 배는 주리지 않는 얌체족에 다름아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소문이 난 건 적어도 그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라는 속담은 이런 경우를 위해 존재한다.과거에도 이런 얌체족은 적지않았다고 한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