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엔 실제 세계의 관찰을 통해 식견을 넓혀라.그게 어떤 세계인지,그 속에서 사람들은 사실상 어떻게 행동하며 어떻게 반응하는지 익혀라.다시 말하지만 목표를 정하고 수단을 손에 넣어라.자신의 특성 가운데 장애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건 최대한 제거하라.'

마피아 세계에서 통용돼온 생존과 성공의 법칙을 모았다는 '마피아 경영학'이란 책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V.'마피아 매니저'라는 원제로 출간한 미국 출판사(골든버그)에선 신상을 밝히지 않은 채 투고된 만큼 저자가 누구인지 알 길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호하고 명료한 말투,세상사에 대한 혜안 등으로 짐작하건대 마피아계의 고문이나 간부 혹은 변호사가 아닌가 추정한다고만 전했다. 필자가 누구든 마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실질적 처세론을 이끌어내서일까. 내용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엔 선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닌 만큼 매사에 선하고자 하면 그렇지 않은 인간들 틈에서 상처를 입게 돼 있다. 따라서 선하지 않게 행동하는 법도 익혀둬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게 그것이다. 그러나 마피아적 사고에서조차 자기 경영의 근간은 절제와 근면이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건 몰라도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된다. 효과적인 시간 관리란 일하는 매순간을 최고의 시간대로 만든다는 걸 의미한다. 물고기를 잡다 보면 미끼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불가피한 일이다. 하나님이 부양해주실 것이다. 그 이전까진 스스로 부양해야 한다. '

마약 밀매와 청부살인,성매매 등을 일삼아 온 멕시코 조폭 '더 패밀리'의 내부 강령이 '클린 라이프(Clean Life)' 곧 '과음 및 마약 금지,가족 화합,자기 계발' 등이었다고 한다. 두목에 따르면 조직원들이 이런 지침을 잘 지킬수록 조직 내 성취감을 높이고 감정적 대립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 한 셈이라고나 할까. 조직의 이득과 세력 확장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마피아와 조폭도 내부 강령은 '깨끗한 삶'으로 설정한다. 겉으론 청렴결백과 봉사정신을 앞세우면서 뒤로는 툭하면 부정부패와 비리에 연루되기 일쑤인 높은 분들이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강령은 과연 무엇일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