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한 혐의(특수 강도강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강간죄를 인정했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민중기 부장판사)는 23일 가정집에 칩입해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59)를 흉기로 위협,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9)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형량이 가볍다고 주장하나 A 씨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판단은 적절하다”라며 검찰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A 씨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에게 흉기를 들이댄 특수강도 혐의에 대해 “증명이 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을 내린 원심의 판단도 재확인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말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를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부산지법은 “피해자는 어릴 때부터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갖고 여성으로 행동해 오다 성전환증 확진을 받고 성전환수술을 받았으며 여성으로서 확고부동한 성적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어 형법에서 정한 강간죄의 객체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부녀(婦女)‘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판시했다.

 부산고법이 트랜스젠더 강간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대법원이 기존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뒤집는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1996년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으로서의 생식 능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트랜스젠더를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로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