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고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40년 지기인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이 구속된 지 하루만이자 검찰의 서면질의서를 받은 당일 스스로 '도덕적 추락'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친형 건평씨 구속 이후 국민에게 사과할 계기를 찾던 중 자신을 겨냥한 박연차 회장의 사건이 터지고 뒤이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마저 구속되는 일이 생겼다"며 "이런 마당에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뿐 "이라고 자조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선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인데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느냐.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욱 노엽게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라며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된다. 저를 버리셔야 한다"며 "적어도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다"고 적어 법적 책임회피를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며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검찰 수사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오늘 아침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홈페이지 폐쇄를 선언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