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허위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1) 씨는 21일 "앞으로 할 말이 있다면 실명을 내걸고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히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 당분간 글을 쓰는 것이 힘들겠지만 (형이 확정된 이후부터) 글을 쓰게 되면 `미네르바'라는 필명과 함께 실명을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맞는 것을 맞다'고 쓰는데 숨어서 그늘 안에서 작성할 필요가 없다"며 "(네티즌들도)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확신이 있다면 실명으로 글을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무죄 선고를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집행유예 정도를 예상했다"고 답한 뒤 "이번 무죄 판결로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희망을 봤고 독립적인 판단을 한 법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묻자 박씨는 "(검찰의 항소 방침에 따라) 재판 진행 단계라서 할 말이 없다"고 답했지만 `표적 수사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인터넷에 경제 분석과 전망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는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몰락을 우려해 도움을 주고자 쓴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씨는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처럼 서민층의 막대한 재산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썼다.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있다고, 아닌 것은 아니다'고 썼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구치소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처음엔 잠도 제대로 못자는 등 힘들었지만 차츰 적응해 책도 읽으면서 지냈다며 100여일간의 수감 생활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주변에서 책을 빌려 읽었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담대한 희망'과 FTA 관련 서적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감 생활을 벗어난 소감에 대한 물음에는 "자유의 향기는 아름답다"는 한마디로 무죄로 석방된 느낌을 표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