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등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2008회계연도 결산이 끝나는 다음 달 말께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손보사 결산자료를 분석하기로 했다.

◆손보사 사상 최대 이익

삼성화재는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전년보다 25.2% 늘어난 59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창사 이래 최대치로 전 금융계를 통틀어 국민 신한은행에 이은 3위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생명(4000억원가량 추정)보다도 이익이 많다.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 주요 손보사들도 선수급환급보증(RG)보험,해외투자 등으로 인한 일회성 손실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던 2007회계연도와 엇비슷한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 5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200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순이익은 1조969억원으로 2007회계연도의 같은 기간(1조564억원)에 비해 3.8% 늘었다.

이는 2007년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된 데다 지난해 경기침체와 고유가 영향으로 차량 운행이 격감해 교통사고 보험금 지급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다. 2008회계연도 기준 손해율은 전년 대비 2.9%포인트 하락한 평균 69.8%(잠정)로 2002년 68.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들이 받은 보험료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얼마나 내줬는가를 말한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기초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거나 내린다.

◆보험료 얼마나 내릴 여지 있나

보험 관련 시민단체들은 자동차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008회계연도 결산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말께 결산자료 등을 자세히 분석해 보험료 인하 요인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연간 손해율이 보험사 손익분기 지표로 일컬어지는 71~72%를 밑돌면 인하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70.8%로 예정해 보험료를 받았다. 실제 손해율이 69.8%로 나온 만큼 최소 1%포인트 정도 내릴 여지가 있는 것이다. 손해율 1%포인트가 낮아지면 손보사는 약 700억원의 이익이 생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피해자가 중상해를 당할 경우 운전자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결정한 뒤 손해율이 확연히 줄고 있다. 최근 유가가 다소 안정됐는 데도 손해율은 지난 1월 75.7%에서 2월 69.8%,3월 66.9%로 떨어졌다. 손해율 하락이 추세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예금보험료 인하 요인도 발생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르면 5월께부터 보험권 예보료를 0.3%에서 0.15%로 인하한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의 부담이 연간 5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손해율이 70% 중후반대를 기록해 누적적자가 많은데다 지난해 8월 한차례 보험료를 낮춘 상태이므로 일단은 손해율 추세를 좀 더 지켜본 후에 보험료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