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은 연간 700억원대로 추정되며 브라운 필립스 등 10여개 해외 브랜드가 국내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조아스전자(대표 오태준)가 유일하게 독자기술로 전기면도기를 생산 ·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40여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서 10여개 업체가 경쟁했으나 토종 기업으로 살아남은 곳은 조아스전자 하나뿐이다. 해외 브랜드가 점령한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조아스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태준 대표의 면도기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오 대표가 면도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3년 심미전자에 입사하면서부터.심미전자는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들여온 완구와 전자제품을 재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던 업체였다. 1975년 심미전자의 부도로 일자리를 잃은 오 대표는 직접 면도기 생산 업체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그린 설계도면을 들고 자본을 대줄 면도기 유통회사들을 찾아다니는 벤처 정신으로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조아스전자가 타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기술개발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조아스전자는 면도기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날과 망을 1980년대 중반부터 자체 생산하고 있다. 매출 대비 10% 이상을 기술개발비로 책정하는 등 기술개발에 역점을 둔 결과 국내 최초로 전기 이발기를 개발해 시판했으며,LCD(충전량 액정표시 기능) 장치,세 날 헤드 방식,날이 360도 돌아가는 로터리 방식,방수용 면도기 등을 차례로 개발했다.

1982년 창업 때 8명이던 직원은 현재 중국 선전 공장까지 운영하면서 1500여명으로 늘었다. 현재 국내 공장에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전기면도기,이발기,고데기 등과 조아스 브랜드를 부착한 유럽 지역 수출용 면도기 등의 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2001년 완공한 중국 선전 공장은 10만여평 규모로 조아스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중국 선전의 경우 노동력이 풍부하고 뛰어난 기술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에 가전업체로서는 좋은 조건을 갖춘 산업 요지다. 현재 중국 공장은 유럽 및 미주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 대한 대규모 수출 사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지난해 30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세계적 미용용품 업체인 바비리스,콘에어와 ODM(제조자디자인생산) 거래를 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조아스(JOAS)' 브랜드로 러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등 25개국에 연간 150만개 이상 수출하고 있다. 오 대표는 "올해 수출 2700만달러를 포함해 총 4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조아스전자를 세계적인 소형 가전 종합메이커로 길러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