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정용 비중 日 절반..요금 올려도 수요억제 의문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면 전력 과소비가 크게 줄어들까.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지자 너무 싼 전기요금 때문에 1인당 전력소비가 선진국을 넘어선 만큼 전기요금을 빨리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정부와 발전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구조상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다소비 형태의 산업구조 때문에 1인당 전력소비가 많은 것처럼 보일 뿐, 오히려 전체 전력 소비 가운데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요금을 올린다고 '전력 과소비'가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의 자료를 토대로 인구 1인당 소비전력량을 비교해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7천702kWh로, 일본의 6천970kWh나 프랑스(7천286kWh), 독일(6천551kWh)을 앞서고 있다.

한전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전기요금 저가정책에 따른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정착"에서 찾고 있다.

지난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007년말 환율로 원화 환산된 일본의 전력요금은 170, 미국은 110, 프랑스는 148, 영국은 179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너무 낮으므로 인상 필요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전력요금으로 해결될 수 없는 전력 소비구조를 도외시한 주장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가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2006년 기준 전력 소비량 37만1천354GWh 중 가정용은 5만2천537GWh로 전체의 14.1%에 불과하고 51%인 18만9천462GWh가 산업용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전체 소비(98만872GWh)에서 산업용 소비가 32만601GWh로 비중이 32.7%에 그치고 가정용이 27만9천594GWh로 28.5%나 되고 있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의 영향으로 전체 전력소비를 국민수로 나눈 1인당 전력소비량이 많은 것 같지만 요금을 올림으로써 수요 억제를 기대할 수 있는 가정용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은 가정용(36.3%)이 산업용(24.6%)를 능가하고 독일(26.9%), 프랑스(34.2%) 등도 우리나라보다 가정용 전력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싼 전기요금 때문에 전력을 과소비한다'는 주장과 달리, 정작 우리나라 가정들은 상대적으로 전력을 덜 쓰고 있어 단순히 전력 과소비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대폭 올린다면 상업용 전력소비를 다소 줄일 수 있어도 일반 가정은 애매한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정부와 한전이 도입을 추진하는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힘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가 이미 시행되는 가스나 지역난방요금도 지난해 경제난으로 동결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축소와 전력산업의 효율화, 새 수익사업 발굴이 없이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은 이런 분석에 기인한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전력사용량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