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를 실시 중인 미국 정부가 은행들을 4개 등급으로 나눠 다른 처방을 내리기로 했다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복수의 국제금융 소식통을 인용,미 정부는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 은행들을 A~D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전했다. 최상급인 A등급은 아무 문제가 없는 은행들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을 되갚을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여기엔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1분기 최근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는 등 재무 및 사업 구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은행 최고경영자는 임원 연봉 제한 등 연방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해 구제금융 자금을 상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B등급은 심각한 문제가 없어 독자적인 경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자기자본이 다소 부족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들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이 등급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에 대해선 시장에서 민간자본을 유치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자기자본이 크게 부족해 지원이 필요한 은행들은 C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들 은행에 대해선 정부가 경영진 퇴진이나 사업매각 등을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추가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D등급은 재무상태가 극도로 취약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금융사 도산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이들 D등급 은행은 사실상 국유화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미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다음 달 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4일 구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을 공개하기로 했다. 정부와 FRB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뿐만 아니라 방법도 공개하기로 한 것은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에서는 은행별 우열이 가려지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부실 은행은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는 다음 달 4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면서 추가 자금 수혈계획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차병석/뉴욕=이익원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