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즐기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한방' 때문일 게다.

홈런이면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되는 묘미가 있다. 올 들어 프로야구 관중은 작년에 비해 30%가량 늘어 잔치 분위기다. 관중 증가의 일등공신은 단연 홈런포 때문.실제 17일까지 전체 홈런 수는 10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올해 홈런이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타자가 잘 치는 반면 투수들은 빌빌대는 '타고투저' 영향이 적지 않다. 잠실경기장처럼 일부 구장의 펜스 거리가 짧아진 데다 예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도 홈런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보다 볼의 반발력이 증가해 가볍게 친 타구가 생각보다 멀리 나간다는 주장도 있다.

야구공은 코르크 고무 등에 실을 감고 말가죽이나 쇠가죽으로 싸서 단단하게 만든다. 양모와 면으로 공을 감싼다. 이 실의 전체 길이는 470m로 베이스를 네 바퀴 돌고 1루와 2루 중간에 멈춘 길이다. 공 전체 무게는 141.7~148.8g,둘레는 22.9~23.5㎝다.

야구공의 최대 적은 습기다. 비 오는 날 공을 제조하면 불량품이 쏟아진다. 양모가 습기를 흡수해 공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또 우천 경기에 사용된 공은 물을 머금어 금방 훼손된다. KBO(대한야구협회)에서는 공인구의 반발계수(0.413~0.437)를 규정하고 있다. KBO가 올 시즌 측정한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평균 0.425로,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구장의 위치와 규모도 홈런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공기 밀도가 낮은 해발 1600m에 위치해 공기 저항이 크지 않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공이 같은 힘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멀리 날아가 펜스를 넘기기 일쑤다. 국내에서는 대전구장이 '홈런 공장'으로 꼽힌다. 중앙펜스가 8개 구장 중 가장 짧은 114m,좌우거리 99m에 펜스 높이는 2.5m로 홈런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올들어 17일까지 7경기에서 29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김진수/김주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