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고급 주택가 중 한 곳인 세타가야구 후타고타마가와에 새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 '베리스타후타고타마가와'.이 아파트를 건설한 도큐건설은 최근 분양가격을 30%나 내렸다. ㎡당 72만엔(약 1000만원)이던 분양가를 50만엔으로 낮춘 것.분양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도록 72채 중 절반도 팔리지 않자 '눈물의 세일'을 한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쌀쌀한 겨울이다. 작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은 경기기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분양 아파트는 10만채를 밑돌아 거품경제 붕괴 직후인 1992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었다. 도쿄 등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 들어선 감소폭도 50%를 넘어 1996년 10월 이후 최악이다. 부동산펀드 등 투자자금이 급감한 데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개인들도 잔뜩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땅값도 하락세로 꺾였다. 국토교통성이 최근 발표한 올 1월1일 기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으로 전년 대비 3.5% 떨어졌다. 전국 평균 공시지가가 하락하기는 3년 만이다. 일본의 전국 평균 공시지가는 거품경제 붕괴 후 1992년부터 하락을 지속하다가 16년 만인 2007년 상승세로 반전됐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상당기간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노우에 아키요시 미쓰토모시스템주택융자 사장은 "지난 수년간 주택과 오피스빌딩의 공급이 크게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은 상당기간 오를 일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낀 것은 아니다"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기보다는 정체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