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고객과 상담하다 보면 여러 손보사의 의료 실손보험에 다수 가입한 사람을 의외로 쉽게 접하게 된다. 최근에도 한 고객이 무려 5건의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의료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 치료시 발생하는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본인 부담액 및 비급여 항목을 보전해주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상품은 다른 보험상품과 달리 중복 보상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러 의료 실손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본인이 부담한 치료비를 상품별로 비례해 보상받는 것이다.
예를 들어 3건의 의료실손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부담할 병원비가 총 60만원 나왔다고 가정해보자.그렇다면 이 사람은 한 개 상품에서 60만원씩 총 180만원을 받는 게 아니라 3개 상품의 비례분담에 따라 20만원씩 총 60만원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의료 실손보험은 여러 건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필자는 5건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에게 1개만 놔두고 나머지는 해약하는 대신 다른 보장으로 전환하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그동안 실손보험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던 이 고객은 지금까지 내왔던 보험료가 아깝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현행 법에 따르면 의료 실손보험을 여러 회사에 가입할 경우 계약자는 자신이 가입한 계약내용을 보험설계사에게 통지하도록 돼 있다.
이와 달리 2008년부터 실손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 생명보험사들은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중복가입 여부를 체크한 뒤 계약 체결 전에 이를 통지해준다. 또 이미 다른 회사에 의료 실손보험이 가입돼 있으면 추가로 계약하지 않는다. 이러한 판매관행의 차이로 인해 2008년 이전에 가입한 사람 중에는 중복 가입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신규 가입자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중복 가입돼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본인이 챙기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현재 의료 실손보험에 중복가입돼 있지 않은지 체크해보고,만약 중복가입돼 있다면 보장금액이나 보장범위가 큰 보험 위주로 정리하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 중복가입 체크는 보험설계사에게 의뢰하거나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