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왕도정치가 그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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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우리사회 법치보다 人治에 기대, 법질서 무시땐 인권ㆍ안전도 없어
우리사회 법치보다 人治에 기대, 법질서 무시땐 인권ㆍ안전도 없어
전국시대 위앙이 진(秦) 효공에게 등용돼 궁벽한 진나라의 천하통일 기초를 닦아준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이 만난 첫날 위앙은 복희 신농 요 순의 제도(帝道)를 이야기했다. 흥미를 잃은 효공은 곧 코를 골며 졸기 시작했다. 둘쨋날 우왕 탕왕의 백성을 보살피는 정치,곧 왕도(王道)를 말했으나 효공은 시무룩하게 반응했다. "그대는 참 박식하다. 그러나 지금은 우 탕의 시대와 다르니 그대를 쓸 수 없다. " 사흘째 드디어 위앙은 법으로 백성을 다스려 패업을 이루는 패도(覇道)정치를 일장 설파했다. 효공은 반색해서 사흘 낮 사흘 밤을 문답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이후 상(商)지방을 봉읍으로 받아 상군(商君 · 상앙)이 된 위앙의 유명한 법가(法家)정치가 펼쳐진다. 물샐 틈 없는 법을 만들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치를 강행했다. 새 법령을 태자가 어기자 "도대체 국법이 시행되지 않음은 신분 높은 사람이 법을 안 지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자를 벌할 수는 없다"하고,대신 태자 스승의 이마에 입묵(入墨)을 하고 태자의 보호자를 목 벴다. 이렇게 철저히 법치를 강행해 10년이 지나자 길에 떨어진 것이 있어도 줍는 사람이 없고 산과 들에 도둑이 없고 백성의 생활이 어느 집이나 풍족해졌다고 사기(史記)는 전한다.
이 이야기는 법치가 왕도정치보다 하위라는 왕조사회의 사상을 담고 있다. 임금이 백성의 마음을 사는 정치를 못할 때 법으로 조이는 통치를 하고,상앙의 패도정치가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백성을 불안케 했다는 것이다. 효공이 죽고 법을 어겼던 태자가 즉위하자 상앙은 하루아침에 역적이 돼 달아난다. 저녁에 찾아든 여관에서 '상군의 법'때문에 쫓겨난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의 폐해를 탄식하며 잡혀서 사지를 찢겨 죽는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반법치주의자가 많은 민주국가는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상앙의 말로는 법치정치의 실패를 가르칠 좋은 자료가 된다. 결국 고금 최고의 법가 자신이 법치를 후회하지 않았는가.
민심수습에 무능력한 위정자가 폭력으로 국민을 제압하려 동원하는 것이 법질서다,따라서 법은 가진 자를 위한 것이며 용산 철거민 같은 약자,서민에게는 법치보다 따뜻한 왕도를 베풀어야 한다는 게 반법치주의자들의 시각이다.
바로 전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 "정당하지 않은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대화,타협,관용이 민주주의 핵심 원리"라고 주장했다.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만 왕도정치는 왕이 백성의 주인이었던 시대의 유물이다. 나라님이 세금을 깎아주고 죄를 사해주고 은전을 나눠주는 인정(仁政)이다. 임금이 이렇게 어진 정치를 펼치면 백성이 교화되고 그 기운이 천지만물에까지 미쳐 지진 가뭄 따위도 없어진다는 사상이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왕정시대의 악법이 존재하지 않고 주권을 가진 국민이 법을 만들고 이 법에 의거해 국민의 모든 권리가 발생하고 보장된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사회는 법치보다 인치(人治)를 바라는 풍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좌파만 탓할 일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이 말로는 법치를 외쳤지만 실상 범죄자를 사면하고 신용불량자를 구제대출해주고 약자의 불법을 용인해주고 특정집단 특정지역에 선물을 나눠주는 정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물론 현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이 경향은 경제위기로 국민생활이 팍팍해지면서 더욱 심해지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법질서와 공권력이 무너지면 모든 국민의 자유,권리,안전이 피해를 입는다. 오늘날 왕도정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패할 때를 보아야 한다. 북한이 바로 20세기 왕도정치를 하는 나라다. 이 나라에서 지금 법의 필요 없이 전지전능한 지도자가 인민의 의식주를 모두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이후 상(商)지방을 봉읍으로 받아 상군(商君 · 상앙)이 된 위앙의 유명한 법가(法家)정치가 펼쳐진다. 물샐 틈 없는 법을 만들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치를 강행했다. 새 법령을 태자가 어기자 "도대체 국법이 시행되지 않음은 신분 높은 사람이 법을 안 지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자를 벌할 수는 없다"하고,대신 태자 스승의 이마에 입묵(入墨)을 하고 태자의 보호자를 목 벴다. 이렇게 철저히 법치를 강행해 10년이 지나자 길에 떨어진 것이 있어도 줍는 사람이 없고 산과 들에 도둑이 없고 백성의 생활이 어느 집이나 풍족해졌다고 사기(史記)는 전한다.
이 이야기는 법치가 왕도정치보다 하위라는 왕조사회의 사상을 담고 있다. 임금이 백성의 마음을 사는 정치를 못할 때 법으로 조이는 통치를 하고,상앙의 패도정치가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백성을 불안케 했다는 것이다. 효공이 죽고 법을 어겼던 태자가 즉위하자 상앙은 하루아침에 역적이 돼 달아난다. 저녁에 찾아든 여관에서 '상군의 법'때문에 쫓겨난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의 폐해를 탄식하며 잡혀서 사지를 찢겨 죽는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반법치주의자가 많은 민주국가는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상앙의 말로는 법치정치의 실패를 가르칠 좋은 자료가 된다. 결국 고금 최고의 법가 자신이 법치를 후회하지 않았는가.
민심수습에 무능력한 위정자가 폭력으로 국민을 제압하려 동원하는 것이 법질서다,따라서 법은 가진 자를 위한 것이며 용산 철거민 같은 약자,서민에게는 법치보다 따뜻한 왕도를 베풀어야 한다는 게 반법치주의자들의 시각이다.
바로 전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 "정당하지 않은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대화,타협,관용이 민주주의 핵심 원리"라고 주장했다.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만 왕도정치는 왕이 백성의 주인이었던 시대의 유물이다. 나라님이 세금을 깎아주고 죄를 사해주고 은전을 나눠주는 인정(仁政)이다. 임금이 이렇게 어진 정치를 펼치면 백성이 교화되고 그 기운이 천지만물에까지 미쳐 지진 가뭄 따위도 없어진다는 사상이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왕정시대의 악법이 존재하지 않고 주권을 가진 국민이 법을 만들고 이 법에 의거해 국민의 모든 권리가 발생하고 보장된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사회는 법치보다 인치(人治)를 바라는 풍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좌파만 탓할 일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이 말로는 법치를 외쳤지만 실상 범죄자를 사면하고 신용불량자를 구제대출해주고 약자의 불법을 용인해주고 특정집단 특정지역에 선물을 나눠주는 정치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물론 현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이 경향은 경제위기로 국민생활이 팍팍해지면서 더욱 심해지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법질서와 공권력이 무너지면 모든 국민의 자유,권리,안전이 피해를 입는다. 오늘날 왕도정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패할 때를 보아야 한다. 북한이 바로 20세기 왕도정치를 하는 나라다. 이 나라에서 지금 법의 필요 없이 전지전능한 지도자가 인민의 의식주를 모두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