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100만달러를 받은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일까,권양숙 여사일까. 이 돈의 수뢰 주체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과연 누구 주장이 맞는지가 '박연차 게이트'의 키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의 사법처리 여부가 결국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4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 거짓,박 회장 진실

우선 박 회장의 진술대로 노 전 대통령이 지시하고 정 비서관을 통해 직접 돈을 건네받은 경우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거짓을 입증해 낸다면 노 전 대통령은 뇌물죄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도덕적으로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검찰에서의 진술대로라면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덮어썼기 때문에 범인도피죄에 해당되지만 가족이어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검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혐의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 전 대통령은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권 여사도 공무원이 아니어서 뇌물죄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노 전 대통령 진실,박 회장 오해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고 박 회장도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오해했다는 시나리오다.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요구나 필요성을 거짓으로 내세워 박 회장에게 돈을 요구했을 경우다. 이 경우 노 전 대통령은 무죄지만 권 여사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돈을 달라더라"고 하며 돈을 요구했다면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요즘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요구했다면 사기죄 적용은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고 직접 만나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 진실,박 회장 거짓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박 회장의 거짓 진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회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또는 정치적 이유로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검찰의 압력으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짓 진술을 내놓는다는 '음모론'이다. 그러나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거짓 진술을 받아내는 대형 리스크를 짊어지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든 박 회장이 거짓 진술을 했다면 노 전 대통령 부부는 무죄다.


◆노 전 대통령 일부 거짓,박 회장 거짓

박 회장의 진술이 거짓이더라도 노 전 대통령도 권 여사의 수뢰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재임기간에 사실을 알았다면 뇌물죄,권 여사도 공범으로 처벌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검찰이 100만달러와 3억원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인지사실을 부인할 가능성이 커 처벌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4가지 시나리오 외에도 박 회장이 연철호씨에게 전달한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진다면 노 전 대통령은 또 다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