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 이어 아들 건호씨를 전격 소환,조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최종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충분히 준비하고 내려가 조사했으며 충분한 조사를 마쳤다"면서 "기본적으로 권 여사와 건호씨는 참고인 신분이며,(권 여사를) 다시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권 여사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문제의 100만달러에 대해 차용증이나 상환증 등 물적 증거를 검찰 측에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 여사와 건호씨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홍 기획관은 "나중에 두고봐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권 여사는 조사 과정에서 일정 부분 힘든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대로 "빌렸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변호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0만달러라는 큰돈을 빌리면서도 이를 증빙할 만한 어떤 서류도 내세우지 못한 점에 대해 홍 기획관은 "수사팀이 알아서 판단하겠다"며 권 여사의 진술 신빙성을 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입증할 것임을 암시했다. 검찰은 그러나 아직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시기나 형식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건호씨는 연철호씨가 작년 초 베트남에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찾아가 500만달러 투자요청을 할 때 동행하고,박 회장의 APC 자금 500만달러가 유입된 연씨의 버진아일랜드 창업투자사 '타나도인베스트먼트'의 실제 대주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호씨는 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7년 6월 말 박 회장 측으로부터 받은 100만달러를 사실상 자신의 유학자금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단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100만달러에 대해서는"부인 권 여사가 빌린 돈",500만달러에 대해서는 "단순 투자금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퇴임 이후 알았다"고 선수를 친 만큼 이 주장을 뒤집을 만한 진술과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이후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180도 돌변한 점에 대해 주목하고,노 전 대통령 측 주변 인물에 대한 충분한 보강조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의 혐의 사실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연씨에 대한 48시간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도 이 같은 전략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은 연씨에 대한 혐의 사실을 어느 정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 상황에서 섣불리 영장을 청구하기보다는 주변인 증거수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연씨와 노씨의 진술을 맞춰 보고,진술이 엇갈린다면 대질조사까지 벌여 500만달러 등에 대한 성격 등의 혐의를 확정한 후 신병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