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업계 내부에서 향후 시황과 가격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D램의 현재 거래되는 가격이 바닥이라는 데는 업계 내에서 이견이 없다.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요 제품인 1기가비트(Gb) DDR2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1월 하반기 0.81 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2월 상반기 이후 0.88 달러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주요 제품인 16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의 경우 지난 7일 3.50 달러를 기록, 작년 12월 상반기에 기록한 최저가 1.65 달러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현재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인지, 언제 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인지 등을 놓고는 업계 주변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낸드플래시의 경우 현물거래가(온라인 거래가)와 고정거래가(주요업체의 납품가) 모두 상승하고 있지만, D램의 경우 고정거래가는 보합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물가는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방향을 종잡기 힘든 상황이다.

◇낙관론 = 낙관론자들은 대만업체들의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져서 공급이 크게 줄었고, 가격도 현금원가(cash cost) 이하로 떨어져 이르면 5월중에 D램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D램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볼 정도로 낮은 가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만 주요 업체들의 가동률이 30-40%까지 떨어졌고, 일부 업체들의 경우 10-2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주된 논거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D램 수급 상황이 2분기(4∼6월) 중에 12%의 공급부족 상황을 맞게 될 것이며, 고정거래가는 35%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반도체협회(WSC) 회장인 프랭크 후앙 파워칩 회장도 최근 "3분기 D램 부족 대란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관련주식도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신중론 = 신중론자들 역시 현재의 D램 가격이 바닥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낙관론에는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업체들의 가동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상당량의 재고가 쌓여있고 현재 거래되는 가격이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가동률 자체가 큰 의미가 없고, 가장 중요한 수요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IT제품의 계절적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D램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3분기까지는 지켜봐야 향후 시황을 확실하게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서나 언론보도를 보면 장밋빛 전망이 많지만 실제 영업현장에서 뛰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연말이나 연초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며 "2분기와 3분기를 지켜봐야 본격적인 수요 회복 여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