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1분기 동안 감산을 거듭해 왔다. 철강시장 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제품 가격마저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철강업계는 2분기 말부터 감산폭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는 회사 내 여유자금마저 마르고 있는 상황이다. 2분기에는 대형 해양설비 수주를 통해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 '감산 한파' 지속

포스코는 작년 12월 사상 첫 감산 조치에 들어간 뒤 지난 3월까지 총 110만t가량 생산량을 줄였다. 포스코의 연간 조강생산량은 3300만t 수준이다. 다른 철강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시황 악화로 1분기 동안 감산한 데 이어 철근,후판,형강 등 모든 철강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냉연업체들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용 강판 등을 생산하는 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은 가동률을 70% 이하로 낮추고 있다. 그야말로 '버티기'에 나선 셈이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감산폭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불황에 따른 수요침체 탓이 가장 크다. 중국 철강업체들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책에 편승해 최근 증산에 나서면서 국제 철강제품 공급과잉은 더 심화되고 있다. 생산량을 계속 줄이고 재고는 쌓이다 보니 철강업계의 수익성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포스코의 2월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저치인 5% 아래로 떨어졌다. 동부제철 등 일부 냉연강판 제조업체들은 1분기에만 수백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다.

2분기에도 철강시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에도 30만t 이상 생산량을 줄일 방침이다. 2분기 동안 매달 이 같은 감산폭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포스코가 감산폭을 줄여나갈 가능성도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가 2분기에도 꽤 많은 양을 감산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그만큼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르면 2분기 말부터 감산폭을 줄여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박 수주 가뭄 지속,해양설비 에 기대

조선업계도 수심이 가득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세계 조선 '빅3'마저도 수주가 끊겼다. 올 2월부터는 아예 선박 수주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선박 수주 가뭄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선 · 해운 시장의 불황이 더욱 깊어진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2분기에도 수주 가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은 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작년보다 더 많은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황 장기화에 대해서는 염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새로운 계약이 없어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는 국면이 지속되자 조선업체들은 운영자금이나 투자금 등을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달러박스로 여겨져 온 조선 '빅3'는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회사채 7000억원을 발행키로 했으며 대우조선도 5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연내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없으면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금운용에 있어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조선업계에 2분기부터 브라질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고부가 해양설비 발주가 진행돼 모처럼 만의 '단비'를 예고하고 있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할 원유시추용 드릴십은 총 40척. 발주금액은 총 30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호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도 있다. 유럽 최대 석유업체 로열더치셸의 7조원 규모 LNG-FPSO(부유식 원유 생산 · 저장 · 하역설비) 발주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