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6일 '석면 화장품' 5개 품목을 전격 판매금지했지만 소비자들은 그동안 사용한 화장품 탓에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

식약청은 '석면 베이비파우더'나 '석면 화장품'으로 인한 발암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석면 화장품'이든 베이비파우더든 흡입하면 폐암과 악성중피종 등 암 위험을 높일 우려가 있다는 게 정부와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석면 콤팩트, 베이비파우더보다 더 위험할 수도"

탈크는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로 널리 쓰이는 분말 형태의 광물질이다.

최근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은 중국산 탈크에 자연적으로 혼재된 석면이 제조공정에서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면은 피부를 통해서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기초화장품으로 인한 석면 노출 가능성과 유해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가루 또는 압축된 가루형태의 제품은 흡입 때문에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베이비파우더는 탈크의 함량이 70-90%이며 성인용 파우더나 트윈케익 형태의 메이크업 제품은 탈크의 함량이 50%에 이른다.

특히 전신에 바르는 베이비파우더와 달리 얼굴 부위에 집중적으로 바르게 되는 화장품은 순간 노출농도가 더 짙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톨릭의대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할 때 유아는 순간적으로 약 0.4f/cc(1cc당 석면 입자수)에 노출됐다"며 "가루형태 화장품을 통한 순간 노출량은 베이비파우더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산업안전기준에 따르면 작업장의 석면 농도는 0.1f/cc이하여야 한다.

◇"발암 가능성 희박" vs "옅은 농도도 악성중피종↑"

석면에 장기간 고농도로 노출되면 10년 후에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과거 국내에서 악성중피종 등에 걸린 노동자들은 10f/cc의 농도로 하루 8시간 이상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보건강국은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했더라도 저용량의 석면에 노출된 것이므로 발암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이번 베이비파우더로 인한 발암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폐암이나 석면폐증 위험은 크지 않지만 옅은 농도로 노출되더라도 악성중피종의 위험은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형렬 교수는 "악성중피종은 상대적으로 저농도, 단기간의 노출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의약품으로 인한 유해성 우려 거의 없어

탈크는 의약품 제조과정에서도 널리 쓰인다.

우선 알약을 찍을 때 기계에 들러붙지 않는 용도로 애용되고 있으며 시럽 제품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으로 인한 노출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우선 의약품에 들어 있는 석면의 양은 0.1㎎ 이하의 미량으로 추정된다.

또 전문가들도 "먹어서 노출된 석면은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고농도의 석면에 오염된 지하수를 장기간 섭취하면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마시는 물에 석면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약품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질병이 악화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며 "의사와 상담을 거쳐 약물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