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지난달 17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전격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의 신호탄을 올린 지 6일로 21일째 접어들었다.

검찰은 1라운드 수사를 진행하며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모두 6명의 전ㆍ현직 정치인을 구속했고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 등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예고했던 대로 6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소환조사하면서 전직 정치인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 의혹 등에 대한 2라운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 수사 개시 이후 실명이 거론된 인사만 70여명에 달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사정(司正) 피로감이 있어 오래 끌 수 없다.

빨리 끝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해 이 말이 수사를 조기 종결하겠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수사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4월 중순 노무현 주변 수사 `최대 분수령' = 4월 첫째 주 정치인에 대한 추가 소환이나 체포 없이 기존에 구속된 인사에 대한 보강조사에 치중했던 검찰은 6일 박 전 국회의장을 소환조사하며 본격적인 2라운드 수사를 개시했다.

2라운드의 `최대 분수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수사.
특히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정황이라도 포착된다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홍콩 사법당국에 요청한 박 회장의 홍콩 계좌 추적 결과가 이번 주 도착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이달 중순 관련 수사가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직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수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사 일정을 약간 조정해 국민적 관심사인 노 전 대통령 주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 기획관이 언급한 `사정 피로감'은 이를 일컫는 말로, 당초 계획대로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일단 뒤로 미룰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핵심 의혹을 비켜나서 수사를 장기간 끌게 되면 수사팀은 물론이고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여론 역시 지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점에서다.

대전지검도 이에 따라 이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소환해 `3자 회동'에서 이뤄진 논의 등을 캐물으면서 문제의 500만 달러의 성격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울러 최대한 빨리 수사를 종결하기 위해 이번 달까지는 전직 정치인과 지자체장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 5월 현역 의원 수사 `마지막 고비' = 검찰은 5월부터는 현역 정치인과 검찰·경찰.법원 간부 등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회기 중에도 현역 의원을 불러 조사하면서 4월 말까지 이번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현역 의원들이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 일정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권경석ㆍ김무성 의원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처럼 무혐의가 입증된 의원은 먼저 혐의를 털어줄 방침이다.

검찰은 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현역 의원 10여 명에 대한 후원금 내역을 검토한 뒤 기소 가능성이 있는 의원은 소환조사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조용히 부르거나 서면으로 조사하는 방식 등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검찰·법원 간부와 경찰 고위 관계자가 전별금 조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둘러싼 의혹 조사 등도 수사 막바지에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