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박 모씨(65)는 3년 전부터 허리통증을 앓아왔지만 그때마다 침이나 물리치료 신경통증치료 등으로 견뎌왔다. 하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져 조금만 움직이거나 잠시 서 있어도 통증이 3~4시간 지속되자 지난해 8월 수술전문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척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증상이 심해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마취와 수술 합병증 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고혈압이 생긴지 꽤 오래돼 수술을 견뎌낼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이 들어 허리통증이 나타나면 바깥 출입이 어려워져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가족들까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박씨처럼 신경통증치료 등 비수술적인 치료를 장기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런 괴로움이 더욱 크다.

수술에 따른 공포감이 있다면 수면부위 마취로 수술 후 후유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수술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조은병원의 도은식 원장은 "최근 새로운 마취법과 척추수술법이 등장해 효과적으로 노인들의 허리통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수면부위 마취로 수술받는 노인의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원장은 "수면부위 마취는 일반 척추 마취처럼 척추신경에 직접 마취하는 것이 아니라 척추신경막 바깥을 간접적으로 마취하는 방법"이라며 "이 경우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으며 전신마취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신마취와 달리 의식은 살아있고 심장이나 폐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술 도중 환자 스스로 호흡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령자나 고혈압 당뇨병 등을 오래 앓은 환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다.

수면부위 마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경막하 마취는 척추신경 외곽의 경막 안에 있는 얇은 막을 통해 마취제를 주사하는 방법이다. 부위 마취이긴 하지만 마취제가 얇은 막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원리로 수술 후 마취제가 전신에서 사라져야 깰 수 있다. 따라서 전신마취와 비슷하게 회복이 더디고 수술 후 후유증이 나타나기 쉽다.

더조은병원이 도입한 경막외 마취는 경막의 바깥공간에 마취하는 것으로 마취할 때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 수술 공포감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수면부위 마취라 할 수 있다.

박 모씨의 경우도 지난 1월 경막외 마취로 수술받아 수술 후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았으며 수술 다음날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이 마취법은 대부분의 병원에서 수술 후 통증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더조은병원처럼 척추 고정술 같은 비교적 큰 수술을 수면부위 마취만으로 시행하는 병원은 매우 드물다. 이 병원에선 나사못을 이용한 연성 척추고정술,현미경 디스크수술 등 대부분의 척추수술에 수면부위 마취를 적용하고 있다. 단 목디스크 수술에는 적용할 수 없다.

도 원장은 2004년부터 4년간 861명을 수면부위 마취로 수술한 결과 환자의 치료만족도는 85%를 넘었으며 한 건의 의료사고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환자 중 40대와 50대가 327명으로 38%,60대 이상이 477명으로 55.4%를 차지했다. 최고령자인 94세 환자도 수술받을 정도로 안전했다.

질환별로는 재발된 추간판탈출증 환자 52명,극외측 추간판탈출증 환자 50명을 각각 수면부위 마취로 수술했다. 일반 허리디스크는 척추 마디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물렁뼈가 척추신경관 뒤쪽으로 돌출돼 통증을 유발하는 반면 극외측디스크(일명 옆구리 디스크)는 물렁뼈가 척추신경관 옆쪽으로 돌출해 신경을 누르는 경우를 말한다.

극외측 디스크는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디스크 수술보다 광범위한 척추관절 절제술 및 고정술이 필요하다. 척추협착증과 척추불안정증에는 더 쉽게 수면부위 마취를 적용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