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한국과 중국의 남자프로골프 발전을 위해 창설한 한 · 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은 매년 양국에서 번갈아가며 열린다. 2009 시즌 첫 대회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둥관힐뷰CC(파72)에서 한국선수 60명,중국선수 63명 등 138명이 참가한 가운데 2일 열렸는데,첫날 최하위권에 낯익은 한국선수가 있어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은 프로 데뷔 11년째인 강지만(33 · 토마토저축은행)으로 이날 11오버파 83타(47 · 36)를 기록했다.

강지만이 두 자릿수 오버파를 기록한 것은 1번홀(파4 · 길이 407야드)에서 8오버파 12타를 친 것이 화근이었다. '한 홀 12타'는 2007년 4월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김창민이 파4홀에서 기록한 17타,그리고 그해 8월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에서 박남신이 파5홀에서 기록한 13타에 이어 최근 3년래 KPGA대회 한 홀 스코어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강지만은 이날 OB가 나고,벙커 안 발자국에 볼이 들어가는 등 불운이 겹쳤다. 첫 티샷이 오른쪽으로 휘며 OB가 났다. 다시 친 티샷은 페어웨이에 떨어졌으나 네 번째 샷이 그린 오른편 길다란 벙커에 박히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벙커에서 다섯 번째,여섯 번째 샷을 실수한 데 이어 일곱 번째 샷도 굴러내려와 자신이 벙커샷을 하면서 만들어 놓은 발자국에 들어가 버렸다. 발자국 안에서 친 여덟 번째 샷은 볼부터 맞히는 '홈런성 타구'로 그린을 넘어 OB가 돼 버렸다. 이 경우 1벌타 후 벙커에 드롭하고 쳐야 한다.

강지만은 드롭 후 벙커에서 열 번째 시도한 샷을 겨우 그린에 올려 2퍼트로 마무리했다. 10온 2퍼트.강지만은 경기 후 "하도 많이 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강지만은 2006년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마이클 캠벨 등 세계적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선수.그해 KPGA 상금랭킹 3위에 올랐고,지난해에는 30위로 올 시즌 시드를 받았다. 그런 중견 프로도 볼이 벙커 내 발자국에 빠질 경우 아마추어들처럼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말았다.

한편 '미남 골퍼'홍순상(28 · SK 텔레콤)과 프로 6년차 박상현(26 · 앙드레김골프)이 첫날 6언더파 66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고, 지난해 챔피언 배상문(23 · 캘러웨이)은 5언더파 67타로 3위에 올랐다.

둥관(중국)=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