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뒤집어봐라 그리고 몰입해라, 기막힌 창조자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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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자들 폴 존슨 지음|이창신 옮김|황금가지|500쪽|1만9000원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등 단 6편의 소설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년).그의 작품은 200년간 한 번도 절판되지 않고 영어권에서 매년 100만부 이상 팔리는 롱셀러다. 힌디어로도 연간 100만부 이상 인쇄되고 있다. 당시로선 불치병이었던 애디슨병 때문에 마흔한살에 생을 마감한 그가 전 지구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떨친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최근 번역된 《창조자들》에서 오스틴의 창조성이 '선택과 집중의 미학'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가장 잘 쓸 수 있는 중상류층 사교계를 중심으로 소재를 한정해 이야기의 경제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스틴의 소설들은 목사관 2층에서 언니와 한 방을 쓰며 주변의 시시콜콜한 일들과 중산층의 일상을 수다처럼 늘어놓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와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풍경화 장르를 선택하고 거기에 몰두해 거장이 된 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한' 결과였다.
폴 존슨은 이처럼 위대한 문인 · 예술가 17명의 '창조 전략'을 특유의 글발로 풀어낸다. 그는 각자의 특성과 시대적인 흐름,창조성의 근원을 씨 · 날줄로 엮어가면서 '인문학적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인물은 14세기 영국 문학의 전성기를 이룬 제프리 초서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파블로 피카소,월트 디즈니까지 '인류 문명을 바꿔놓은 위대한 예술가'들이다. 이들을 통해 그가 발견한 창조성의 요체는 '선택과 집중'을 비롯해 '역발상의 지혜''대상에 대한 애정''과거 대가들의 창의적 모방''피나는 연습''최고의 파트너와 과감한 투자' 등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년)는 2차 대전 직후 최악의 불황기에 값비싼 원단의 '뉴 룩'(New Look)으로 패션계의 영웅 자리에 올랐다. 검약과 평등을 강조하는 시대조류의 반대편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부자들이 다시 부자라고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는 디오르의 말은 '시대를 뒤집는' 예술가적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피카소(1881~1973년)도 바르셀로나에서 정통 회화를 추구하던 시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첨단 유행도시인 파리로 건너가 기존 화풍을 벗어던지고 20세기 현대미술을 개척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저자는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대가로 성장한 원동력은 순수한 창작물의 가치에서 비롯됐다기보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끊임없이 바꿔나간 탁월한 전략적 선택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월트 디즈니(1901~1966년)가 동물에 인격을 부여한 캐릭터를 창조한 바탕에는 어린 시절 시골 농장에서 몸에 익힌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세기의 캐릭터 '미키 마우스'는 디즈니가 집 안을 돌아다니던 생쥐에게 '모티머'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 탄생한 작품이었다.
'대가들의 업적을 창의적으로 모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 건축가 오거스터스 웰비 노스모어 퓨진(1812~1852년)이 고딕 양식을 부활시켜 런던 국회의사당을 복원한 사례와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1895~1972년)가 화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한 여성들의 옷차림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창조란 지적이고 정신적인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창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준비된 '열정과 전략의 결정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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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해적들의 상상력이 돈을 만든다
매트 메이슨 지음 |최지아 옮김 |살림Biz |367쪽|1만5000원
이 책은 재미와 장난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의 문화가 기존 생산물들을 차용 · 혼합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기성 문화와 산업에 커다란 활력과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1950~1960년대 폭발적인 펑크 트렌드를 창조해낸 해적 라디오 운영자부터 개인용 컴퓨터 개발과 위키피디아,유튜브 등을 만들어낸 디지털 히피,광고 마케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그래피티 아티스트,익살스러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유형의 게임 산업을 만들어낸 고등학생까지 '해적들의 궤적'이 디지털 시대의 시장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최근 번역된 《창조자들》에서 오스틴의 창조성이 '선택과 집중의 미학'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가장 잘 쓸 수 있는 중상류층 사교계를 중심으로 소재를 한정해 이야기의 경제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스틴의 소설들은 목사관 2층에서 언니와 한 방을 쓰며 주변의 시시콜콜한 일들과 중산층의 일상을 수다처럼 늘어놓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와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던 풍경화 장르를 선택하고 거기에 몰두해 거장이 된 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한' 결과였다.
폴 존슨은 이처럼 위대한 문인 · 예술가 17명의 '창조 전략'을 특유의 글발로 풀어낸다. 그는 각자의 특성과 시대적인 흐름,창조성의 근원을 씨 · 날줄로 엮어가면서 '인문학적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인물은 14세기 영국 문학의 전성기를 이룬 제프리 초서부터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파블로 피카소,월트 디즈니까지 '인류 문명을 바꿔놓은 위대한 예술가'들이다. 이들을 통해 그가 발견한 창조성의 요체는 '선택과 집중'을 비롯해 '역발상의 지혜''대상에 대한 애정''과거 대가들의 창의적 모방''피나는 연습''최고의 파트너와 과감한 투자' 등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티앙 디오르(1905~1957년)는 2차 대전 직후 최악의 불황기에 값비싼 원단의 '뉴 룩'(New Look)으로 패션계의 영웅 자리에 올랐다. 검약과 평등을 강조하는 시대조류의 반대편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부자들이 다시 부자라고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는 디오르의 말은 '시대를 뒤집는' 예술가적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피카소(1881~1973년)도 바르셀로나에서 정통 회화를 추구하던 시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첨단 유행도시인 파리로 건너가 기존 화풍을 벗어던지고 20세기 현대미술을 개척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저자는 "피카소가 현대미술의 대가로 성장한 원동력은 순수한 창작물의 가치에서 비롯됐다기보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끊임없이 바꿔나간 탁월한 전략적 선택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월트 디즈니(1901~1966년)가 동물에 인격을 부여한 캐릭터를 창조한 바탕에는 어린 시절 시골 농장에서 몸에 익힌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세기의 캐릭터 '미키 마우스'는 디즈니가 집 안을 돌아다니던 생쥐에게 '모티머'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 탄생한 작품이었다.
'대가들의 업적을 창의적으로 모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 건축가 오거스터스 웰비 노스모어 퓨진(1812~1852년)이 고딕 양식을 부활시켜 런던 국회의사당을 복원한 사례와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1895~1972년)가 화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한 여성들의 옷차림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창조란 지적이고 정신적인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창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준비된 '열정과 전략의 결정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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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