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대상을 민주노총 조합원을 위한 사안으로 한정짓지 않고 정치 · 사회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

1일 민주노총 지도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임성규 신임 위원장(공공운수연맹 위원장 · 53)은 인사말을 통해 "민주노총이 철밥통 노동귀족이라는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 운동 방향의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5월1일 노동절 집회는 외부와의 연대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노총은 개별적 집회에 머물러 왔지만 올해는 시민단체와 학생,정치권이 함께하는 전국적 집회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부 진보세력과의 연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내부 조합원들의 지지가 떨어지자 외부의 도움으로 투쟁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 것은 그동안 약자편이 아니라 또다른 권력층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이른바 '사회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노동운동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전반의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지지층을 넓히겠다는 말이다.

성폭력 파문으로 조직이 얼룩져 있는 민주노총은 최근 들어 산하노조의 조직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투쟁노선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무관심까지 겹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또다시 시민단체,대학생,정치권 등 외부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사회개혁을 부르짖을 경우 지금의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임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의 잔여임기인 10개월 정도 민주노총을 이끄는 데다 지지세력이 소수파인 강경파여서 리더십에 한계를 안고 있다. 새 지도부 6명의 성향이 강경파와 온건파를 아우른 통합지도부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계파 간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메트로 노조 사무국장과 공공운수연맹위원장을 거친 임 위원장은 조직 내 강경파인 중앙파로 분류된다. 임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나온 신승철 사무총장은 기아자동차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강경파인 PD(민중민주)계에 속해 있다가 중도로 돌아선 인물이다.

또 부위원장 4명의 성향을 보면 정의헌 전 부산 일반노조지도위원은 중도,배강욱 전 화학섬유노조연맹위원장은 온건파(국민파),반명자 전 공무원노조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은 강경파(중앙파),김경자 전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국민파로 분류된다.

지도부 성향으로 볼 땐 강 · 온파 비율이 비슷해 운동노선이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이슈가 터질 경우 세력균형은 일순간 무너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경파의 입김이 센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 탓이다.

여기에다 비정규직 문제,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복수노조 허용 등 현안문제가 당장 이슈로 등장할 경우 강경파의 투쟁노선이 다시 힘을 발휘할 것이란 지적이다. 조직에 사활이 걸린 노조전임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민주노총의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12월 차기위원장 선거를 의식해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면 투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날 민주노총 위원장 보궐선거에는 대의원 533명이 투표에 참여,84.4%의 찬성으로 임성규 후보를 선출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고경봉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