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하면 美여기자들과 함께 '인질' 가능성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우리 측 직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사가 31일로 이틀째를 맞게 되면서 사태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날 북측에 의해 연행된 현대아산 직원 A씨는 31일 현재 개성공단 내 북측 출입 사업부 건물에서 북한 공안 당국 관계자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측이 A씨에 대한 접견을 요청했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임을 천명한 만큼 일단 접견권과 변호권 보장을 요구하며 북한이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 입장을 밝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소한 북한이 남북간에 합의된 절차를 무시하거나 뚜렷한 이유없이 우리 측 인사를 억류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데다 아직 A씨가 실제로 문제될 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조사를 거쳐 벌금을 물린 뒤 추방하는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된다면 이번 사건의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A씨를 평양으로 데려가거나 조사를 장기화할 경우 현재 정세에 비춰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이 불법입국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있던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이날 "재판에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 4월4~8일 사이로 예고한 장거리 로켓 발사 후 대북제재와 북미협상의 갈림길에 설 때에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한국인과 미국인에 대한 처리를 장기화하면서 이들을 합법적 `인질'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억류가 결과적으로 대미협상 카드가 된 지금 북한도 A씨 사건을 대남 카드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향후 2~3일 안에 북 당국이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 몰고 갈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