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만든 하이브리드카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해외에 로열티를 단 1원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엔지니어로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

3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 · 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하이브리드 연구동.오는 7월과 8월 국내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카로 출시될 현대차 '아반떼LPI'와 기아차 '포르테LPI' 앞에 선 김호기 연구위원(49)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2000년부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참여해온 그는 "차값은 물론 연비,차량 유지비 등을 비교해 볼 때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 프리우스와 혼다 인사이트 등 일본 경쟁차종보다 경쟁우위를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의 연료효율로 정면 승부

아반떼LPI는 현대 · 기아차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변속기어에 일반 '주행(D) 모드' 외에 '연료효율(E) 모드'가 적용된다. 하이브리드카의 연비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운전자가 기어변속 때 주행모드 대신 연료효율모드를 선택하면 동력은 약간 떨어지지만 연비는 한층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연구동 내 연구실과 인근 주차장에는 시판을 앞둔 아반떼 LPI 차량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박동주 하이브리드 설계팀 선임연구원은 "연구원들이 전국 도로 위에서 아반떼LPI를 주행하며 막바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생산직 근로자간 '노 · 노 갈등'으로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공장 간 일감 나누기 방안이 최종 결론이 나는대로,울산 3공장 또는 2공장에서 아반떼 LPI 양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내 시판에 이어 이르면 10월께 수출도 추진키로 했다.

내년부터는 가솔린 연료를 사용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해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준중형 이하 소형차급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도 잇달아 출시,일본 업체들과 본격적인 시장경쟁을 벌인다는 구상이다. 김 연구위원은 "연료가격 등을 봐가며 유럽에서 선호하는 디젤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품업체들 "살 맛 난다"

남양연구소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가량 달려 찾아간 충남 아산시의 뉴인텍.코스닥상장법인인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활기가 넘쳤다. 30년 넘게 냉장고 세탁기용 필름콘덴서(축전기)를 제조해 왔던 이 회사는 작년 아반떼LPI 및 포르테LPI에 사용될 필름콘덴서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필름콘덴서는 하이브리드카 모터 전류를 일정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뉴인텍은 필름콘덴서 양산 설비 구축을 끝내고 내달 10일 첫 가동을 기다리고 있다. 이창호 상무는 "하이브리드카 부품 납품으로 올해는 20억원,내년에는 40억~60억원의 신규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상권 기술연구소 이사는 "하이브리드카 부품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며 "태양광 발전에도 하이브리드카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인버터와 필름콘덴서가 필요한 만큼 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사각센서 펌프 등 하이브리드카 부품을 납품하게 될 모토닉도 마찬가지다. 경사각센서는 정지 시점의 도로 경사를 인식해 하이브리드카가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해 주는 부품이다. 이정목 모토닉 상무는 "올해와 내년에 하이브리드카 부품 납품을 통해 각각 150억원의 신규 매출이 기대된다"며 "경사각센서 기술을 활용해 차량 신호대기 때 자동으로 엔진을 끄고 출발때 재가동하는 'ISG(Idle Stop & Go)'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화성(경기) · 아산(충남)=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