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임대사' 거론..박희태 이상득과 조만간 회동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재개를 위한 연착륙'에 시동을 걸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8일 `조용한 귀국'을 한데 이어 당분간 여의도 정치로부터 한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조용한 행보'를 하며 지난 10개월여간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이 밝힌 향후 활동은 ▲`동북아에서의 통일한국 위상'에 대한 연구활동 마무리 ▲`나의 꿈 조국의 꿈' 저서 집필 ▲미래한국을 주제로 한 강연.토론 ▲서민들의 삶 재조명 등이다.

이 같은 `정중동' 행보는 향후 정치재개를 염두에 둔 사전 준비작업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무뎌진 정치 감각을 회복하면서도 자신의 귀국을 둘러싼 정치적 잡음을 최소화함으로써 앞으로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을 때 뒤따를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미래 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최대한 탈색하겠다는 뜻도 있어 보인다.

이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권의 갈등 최전선에 위치해왔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은 앞으로 미래 한국을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며 "국민 속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교두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이 정치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으면서도 `미래 한국'이라는 연구과제와 연결되는 정부 직함을 받아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가령 `자원외교 특임대사', `동북아평화 특임대사' 등을 맡지 않겠느냐는 말이 정치권에서 솔솔 흘러나온다.

진수희 의원은 "이 전 의원이 공식 직함을 갖고 일하면 정치적 시비의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그 문제는 대통령이 결심할 문제지 밑에서 요구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박희태 대표, 이상득 의원 등 당의 `어른'에게 귀국 인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회동 시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출국한다는 점에서 귀국 후인 4월초께 이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면담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전 의원이 "당의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고 말한 만큼 이 대통령에게의 `귀국 보고'에 앞서 박희태 대표, 이상득 의원 등과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이 전 의원측은 중앙당사를 비롯한 여의도에서의 회동은 가급적 피한다는 계획이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은 활동의 내용 뿐아니라 물리적 공간의 의미도 포함된다는 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전날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 도착한 이 전 의원은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오전 자전거를 이용해 지역을 돌며, 지역주민들에게 귀국인사를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