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어려운 순간에 일을 해 봤다.그는 한 방이 있는 친구다"

미국 조지 부시 정부 말기에 재무장관을 지냈던 행크 폴슨이 현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임자를 밟고 가야하고, 후임자를 비판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특히 가이트너는 취임초 경제 회생의 적임자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의 첫 작품인 금융정상화 방안이 구체성이 없고 모호하다는 지적속에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고 취임 두달도 안돼 기자회견장에서 그의 사퇴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물론, 최근 3주동안 증시가 회복되고 그가 내놓은 3천억달러의 국채 매입계획이 호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가 헤쳐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현재 존스홉킨스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자신의 재임중 금융 위기에 관한 일들을 책으로 묶는 작업을 하고 있는 폴슨 전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 만나 "어떤 한 시점에서 정치, 정책, 시장의 반응을 한꺼번에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신의 경험에 비춰 가이트너를 감쌌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자신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의회에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을 당시, 의회가 `현 상황이 얼마나 암울한 지를 설명하라'면서 법안 승인을 질질 끌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고 그럴 필요성도 있었겠지만, 미국민들과 시장을 동요하게 만들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은 대선이 한창 진행되던 상황이었다.

그는 다만, "(정치.정책.시장반응)그것들 중 하나만 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그렇게 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가이트너에게 조언했다.

폴슨은 재무장관의 어려움에 대해 자신과 가이트너가 납세자의 돈을 은행에 투입키로 한 후 실제로는 한푼도 은행에 전달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왜 은행이 대출을 늘리지 않느냐고 묻는다면서, "우리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사람들은 경기침체를 막지 못했다고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근 한국인 김용 총장의 임명으로 잘 알려진 미 동부 명문 사립 다트머스대 출신이다.

폴슨은 68년에, 가이트너는 83년에 졸업했다.

하지만 투자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폴슨이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마초'같은 성격이라면 정부 관료로 성장한 가이트너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나긋나긋한 성격의 소유자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폴슨은 재무장관 시절 당시 뉴욕 연방은행 총재였던 가이트너에게 조언을 구했고, 현재 `오바마-가이트너-버냉키' 라인의 금융 구제책은 기실, 전임정부때 `폴슨-가이트너-버냉키' 라인이 이미 설계해 놓은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