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군사, 인권, 티베트, 대만 문제 등
`할 말은 하는' 중국…협력관계는 유지될듯


세계의 '슈퍼파워'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최근 군사, 대만, 티베트 인권 문제, 달러화의 대체 문제 등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 전략을 통해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식의 발전을 다짐한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교 30년을 맞은 양국 관계는 대만, 티베트, 인권 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서 갈등을 빚은 적이 적지 않았지만 세계 경제의 대동맥인 달러화를 대체할 필요성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새로운 이슈에서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 中 "달러화 대체하자" 공격 =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 국가를 초월하는 슈퍼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고 지금이 제 기능을 발휘할 때"라면서 SDR를 달러 대체통화로 만들자고 제안해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미국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팀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입장을 잇따라 표명했다.

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도 "중국이 표리부동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민은행장의 발언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중국의 의도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미국을 대해 온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중국 경제의 총사령탑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일인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미국에 투자한 자산의 안전에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보호무역주의와 지적재산권 분쟁 등 경제 이슈에 관해서도 대립각을 세워왔다.

◇ 해묵은 요인도 계속 부각 = 양국 관계의 발목을 계속 잡아 온 해묵은 이슈인 군사, 대만, 티베트 및 인권 문제에서도 최근 들어 갈등이 계속 빚어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5일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급속히 군비를 증강하고 핵과 사이버, 우주기술 등에 기반한 파괴적 군사력을 개발함으로써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국제적으로 안보상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창밍(胡昌明)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군사 위협론'은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중국의 정당한 국방 건설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도 "사실을 왜곡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은 남중국해상에서 함정 간에 대치사건이 발생해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미국이 조만간 남중국해에서 해저 지질조사 활동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갈등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양국 관계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도 또다시 불거졌다.

미국 하원은 최근 대만관계법의 제정 3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중국은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친강(秦剛) 대변인은 곧바로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 하원이 문제의 결의안을 가결한 데 대해 크게 불만이라고 말하고 엄중한 항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미국 국무부가 연례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자 중국 국무원도 곧바로 자체 인권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먼저 반성하라"고 맞받아쳤다.

티베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마찰 요인이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미국 하원이 중국에 티베트 인권 탄압을 중지하고 달라이 라마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를 통과시키자 "이는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에 위배되는 내정간섭"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 갈등의 원인 = 이 같은 양국 관계의 불협화음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중국의 외교정책상에서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그동안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전략을 구사해 왔으나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전방위 대국외교 또는 '굴기(굴<山+屈>起)'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군사 문제와 티베트, 대만문제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안보와 주권에 직결되는 문제일 경우에는 제아무리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뜻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오바마 정권 출범에 즈음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혁개방 이후 특히 최근 들어서의 중국의 대미 정책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마찰을 줄이는 것이 기본원칙이지만 맞서 싸울 때는 맞서 싸우고 원칙을 고수해야 할 때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파워와 패권이 경제위기로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다른 원인으로 분석된다.

◇ 향후 전개 전망 = 중국의 미국과의 최근 마찰은 과거보다 수위가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양국 관계의 전면적인 경색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내달 2일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대만의 무기판매로 중단됐던 미국과 차관급 군사교류도 재개키로 합의했다.

'중.미 전략경제대화(SED)'를 대체할 새로운 대화도 추진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 대국으로서의 위상과 자신감을 과시하면서도 양국 관계의 발전이란 큰 틀을 그르쳐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을 접견,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인 두 나라의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로 규정한 뒤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진해 나가자"고 말한 것은 일부 마찰로 대세를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